야고부-화장(火葬)

입력 2005-05-28 11:16:24

10년 전 인도 네팔을 여행할 때 마주친 그곳 사람들의 화장 모습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와 다름을 알게 했다. 준비해 온 꽃다발을 바친 가족들은 불길이 치솟는 동안 아무도 울지 않았다. 다음 세상을 향해 가는 죽은 자를 축복하는 장면이었다. 한달여 여행 동안 숱하게 마주친 가난하고 힘없는 그곳 사람들이 현세란 다음 세상을 위해 사는 과정으로 생각하기에 지친 삶을 견디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쪊우리 장례 풍습도 매장에서 화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경우는 절반에 육박한다. 수도권과 서울 지역은 60%를 웃돌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 가 화장률이 70%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화장이 급증하면서 전국의 화장장마다 몸살을 앓고 있다. 새벽부터 화장 순서를 기다려야 하고 화장장 예약을 위해 아예 4일장, 5일장으로 늦추는 경우도 있다.

쪊정부가 조만간 '장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키로 했다. 신도시를 건설할 때 공설 화장장과 납골당을 설치토록 하고, 개발제한구역 내에 민자로 화장장과 장례식장'납골당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전체의 80%가 넘는 기초단체에 화장장이 없는 현 상황으로서는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는 장묘문화를 수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쪊그러나 화장장 설치는 쉬운 일이 아니다. 건립지 주민들이 반대하는 님비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건립 자체를 아예 반대하기도 하고, 무리한 지역 개발 사업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화장장과 납골당 증설 예산도 쥐꼬리 수준이라 설치 계획을 포기하는 지자체가 많다. 실제 지난 2년간 새로 지은 화장장은 경남 김해 화장장이 유일하다. 아직 대구는 원정 화장을 가야 할 만큼 상황이 나쁘지 않다지만 화장 대란은 멀지 않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쪊내가 사는 동네에 화장장이 들어선다면 누구나 유쾌할 리 없다. 그러나 삶과 함께 죽음도 어차피 우리 모두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화장장은 우리 스스로에게 필요한 시설이다.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새벽부터 서둘러 길게 줄을 서야 한다면 너무 야속하지 않은가. 물론 꺼림찍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일은 화장장을 설치하는 이가 해야 할 의무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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