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은 '한줌의 사랑'이 큰 감동의 물결로 다가온다.
배고픈 이웃을 위해 내놓은 쌀 단지를 채우는 이웃들, 노약자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간이 의자를 매일 놓는 일은 소리 소문 없이 각박한 도시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대구 칠성동 옛 북부경찰서가 있던 길가의 한 횟집 앞에는 두 달 전부터 자그마한 단지 하나가 놓였다.
'사랑의 쌀 단지'라는 이름이 붙은 단지 뒤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넉넉하신 분들은 채워주시고, 부족하신 분들은 가져다 쓰세요'라는 안내문이 씌어 있다.
이 단지 안에는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든지 퍼 갈 수 있도록 절반쯤 찬 쌀과 함께 작은 사발 하나가 들어 있다.
이 단지는 하루에 몇 차례씩 줄었다 채워지기를 반복하지만 쌀이 떨어져 발길을 돌리는 이는 없다.
매일 아침이면 단지를 내놓고 쌀을 부어 놓는 이는 횟집 여주인 유경희(48)씨지만 이를 본 이웃들도 한 움큼의 쌀을 슬며시 넣는다.
식당에 온 손님들도 쌀을 넣어달라며 천 원짜리 몇 장씩을 내놓기도 한다
유씨는 "동네에 형편이 딱한 사람이 많다보니 혹시 쌀이 떨어져 밥을 굶는 이웃이 따뜻한 밥 한끼라도 지어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며 "형편 닿는 대로 쌀을 넣기 때문에 내세울 일은 못된다"고 했다.
그렇게 모이는 쌀은 하루 10kg 정도. 대부분 인근의 홀로 사는 노인이나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씩 퍼 가는데 혹시 마주치기라도 하면 "고맙게 밥을 먹었다"며 연신 인사를 건넨다.
'사랑의 쌀 단지' 등장은 이곳이 처음은 아니다.
바이러스처럼 날아왔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한 영세민 임대아파트 상가에서 10여 년째 쌀 가게를 운영하는 50대의 기갑수씨가 끼니 걱정을 하는 이웃을 위해 쌀 단지 하나를 내놓으면서 그 마음이 이곳 칠성동까지 전해진 것이다.
기씨는 지난해 말 불로동에서 어린이가 굶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주위에 밥을 굶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게 앞에 작은 쌀 단지를 내놓았다.
그리고는 매일 조금씩 쌀을 채우고 있으며 누군가 퍼가고 있다.
요즘은 이웃들도 쌀을 보태고 있다.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이웃, 또 그들을 위해 쌀을 내놓는 이웃들. 그 마음들이 릴레이식으로 이어져 쌀 단지의 요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남을 위한 작은 배려는 또 있다.
대구 칠성동 시민운동장 인근 버스정류장 옆에서 공구상회를 운영하는 유승렬(53)씨는 2년 전부터 버스를 기다리는 노약자를 위해 간이의자를 내놓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내놓는 간이 의자에 잠시 쉬어가는 이들은 유씨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까.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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