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최근 '올 여름 계절예보'를 통해 "100년 만의 무더위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이번 여름이 기상관측이 시작된 19세기 말 이래 가장 무더울 것이라고 했던 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전망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관련 상품 매출 그래프가 오르내리는가 하면 업체마다 판촉전략 수정에 부심하고 있다.
◆100년 만의 폭염 예보, 웃기다가 울리다가…
기상청 예보 이후 '폭염 특수'를 누렸던 관련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저온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보에 에어컨, 자외선 차단제, 아쿠아 슈즈, 냉풍기 등 계절성 제품들의 매출 급감을 걱정하고 있다.
에어컨 업계는 아예 상갓집 분위기다. 밀려드는 예약 주문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얼마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마트 대구 4개점의 경우 작년 대비 77배나 늘어났던 에어컨 판매신장률이 5월 중순 이후 4배 정도로 뚝 떨어졌으며, 선풍기 역시 500%대의 신장세에서 최근에는 60% 신장세로 둔화됐다. 대구시내 한 종합가전매장 관계자는 "지난 3개월 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의 2배를 훌쩍 넘었지만 기상청 발표 직후 3분의 1로 급감했다"고 울상을 지었다. 한 백화점도 "예년의 2.5배에 달했던 에어컨 매출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다른 여름상품 매출에도 악재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자제품 회사들도 속이 타는 건 마찬가지. '100년 만의 폭염' 광고 플래카드를 걸었던 가전회사들은 서둘러 플래카드를 내렸다. 올 여름 날씨가 예상보다 덥지 않을 경우 에어컨 구매 고객 중 추첨을 통해 현금을 돌려준다는 날씨마케팅을 약속했다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빚고 있다. 양산, 자외선 차단제, 누드브라, 미니스커트 등 폭염특수를 기대했던 각종 '여름 아이템'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 등에는 중간상인들이 대거 밭떼기 매입해 재배한 수박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주춤한 더위 탓에 소비가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여름 전략을 새로 세워라
무더위 예보에 흥분했던 관련 업계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에어컨 업계는 6월 에어컨 성수기에 걸맞지 않게 할인혜택, 끼워주기 서비스 등 새 마케팅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대형소매점(할인점)들도 판매 감소와 예약 취소 등에 대비하는 한편 추후 여름상품 재고 세일 등 새로운 날씨 마케팅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기온이 떨어질 때 많이 팔리는 카디건이나 재킷 판매행사를 앞당겨 진행하거나 가을 간절기 상품 출시를 늘리는 등 여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황우교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과장은 "에어컨, 선풍기 등 여름 가전제품과 레포츠용품, 원피스, 반바지 등 여름상품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무더위가 없다고 하니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며 "6월 중순까지 날씨가 평년보다 덥지 않거나 되레 저온현상이 나타나면 여름 물량을 서둘러 판매하는 기획전에 나서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롯데제과 빙그레 등 빙과업체들은 무더위 때 잘 팔리는 '얼음알갱이' 빙과보다는 속칭 '바' 위주 제품 판촉에 주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덥지 않아야 득이 된다는 유(乳)제품 업계는 무더위가 없을 것이란 기상 전망에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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