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일류 IT…"기적은 계속된다"
30여 년 전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 아래 '수출만이 살 길' 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이른 새벽부터 굴뚝에 불을 지폈던 구미공단이 연간 수출 3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적인 IT도시로 성장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수출과 생산액 1위, 주민소득 1위 등 호화스런 이력은 첨단전자산업도시 구미공단의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수출 목표 31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공단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수출 입국' 일등공신
구미는 해마다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연평균 1만 명씩 증가, 다른 지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평균 연령도 지난해 기준 30세로 젊음이 넘쳐나고 수출 등 산업구조가 튼튼해 주민소득도 1인당 2만8천 달러에 달한다.
더욱이 '한국 수출의 일등공신'답게 주력품목인 휴대전화·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등 첨단 정보기술(IT)업종의 생산기술이 세계 1위에 올라서 온 국민을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구미공단의 성장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 지난 3월 수출액은 25억800만 달러로 월별 수출액으로선 지난 1971년 구미공단 조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올 1/4분기 수출액은 72억9천800만 달러를 기록, 지난 해 같은 기간 67억2천800만 달러보다 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45억5천만 달러로 국내 무역수지 66억 달러의 69%를 차지, 우리나라 무역 흑자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구미공단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310억 달러, 생산 50조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구미시청 채동익 경제통상국장은 "지난 2월 우리나라 IT분야 수출이 57억 달러로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동전화 단말기가 17억6천만 달러로 30.9%를 점유하는 등 구미공단의 주력품들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현실이 된 낙동강의 기적
수출 300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금자탑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구미공단은 지난 71년부터 이듬해 5월까지 낙동강 일대 불과 18만3천 평의 규모로 태동했다.
세계적인 첨단전자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은 지금의 제1, 2, 3단지 528만7천 평, 농공단지 10만 평, 2006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제4단지 205만 평 등 모두 743만7천 평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수준.
생산규모도 공단이 들어선 지 4년 만인 지난 1974년 610억 원을 기록한 이후 1981년 1조430억 원으로 처음 1조 원대를 돌파했고 1985년 2조 원, 1995년 10조 원, 1998년 20조 원, 지난해 말에는 무려 46조5천억 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생산집계가 처음 있었던 1974년에 비해 무려 765배나 증가한 것.
수출 역시 지난 1974년 7천900만 달러에서 1년 만인 1975년 1억 달러를 돌파한 후 1981년 10억 달러, 1989년 30억 달러, 1999년 100억 달러를 넘어 지난해 273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 같은 눈부신 성장은 지난해 기준 전국 전체 수출액의 11%(대구의 7배, 부산의 4배), 경북의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올해는 더욱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월 현재 구미공단의 입주업체는 모두 1천382개에 이르고 이 가운데 1천225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공단 근로자 수는 8만401명으로 구미 전체인구 36만9천343명의 22%에 달하고 인구 70% 이상이 근로자 가족들로 이뤄져 있다.
■이제는 첨단산업 메카로
구미공단 입주업체의 업종별 비율은 IT업체가 전체의 78%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섬유 5%, 철강·기계 등 기타업체 17%로 나타나고 있다.
말 그대로 IT품목이 주종을 이루면서 구미공단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 주종을 이루면서 올해 생산·수출목표가 차질없이 이뤄진다면 구미공단 기업체 근로자 1인당 연간 생산액과 수출액은 각각 약 6억2천만 원, 38만5천 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 도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정보통신기술전시회인 '세빗(CeBIT) 2005'에 대거 모습을 드러낸 중국 업체들은 구미공단의 주력품인 PC, 모니터, 평면TV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고품질 초저가 제품을 쏟아내 놓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구미공단 IT업체들에게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LG전자 구미사업장 최선호 부장은 "중국 제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품질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됐다"며 "중저가 디지털가전과 단말기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수출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허허벌판 모랫벌에서 대역사(大役事)를 일궈낸 구미의 저력이 있는 한 '낙동강의 기적'은 수출 300억 달러 시대를 넘어 400억, 500억 달러 시대를 계속 열어갈 것이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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