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물거품으로 끝난 전관왕 야망

입력 2005-05-26 07:53:05

'어처구니없이 날아가버린 전관왕의 꿈.' K리그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도약하려던 '레알' 수원 삼성의 야망이 허무하게 수포로 돌아갔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25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선전 젠리바오전에서 주축 선수들의 부상, 무리한 스케줄에 따른 체력 저하, 중국의 홈 텃세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덜미를 잡혔다.

수원은 4승1무1패로 선전과 동률이 됐고 골득실에서도 앞섰지만 상대팀 전적을 우선하는 AFC 규정에 따라 1무1패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충격을 맛봤다.

특히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은 올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올 연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클럽선수권 출전 자격을 획득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에 수원으로서는 세계 유수의 클럽들과 겨뤄볼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가장 큰 악재였다.

올 시즌 김남일, 안효연 등 FA 대어들을 영입하고 네덜란드에서 U턴한 송종국을 영입해 호화진용을 구축한 수원은 본격적인 시즌 개막전인 지난 2월 제주도에서 열린 A3챔피언스컵대회 때만 해도 거칠 것이 없었다.

'원샷원킬' 나드손이 연일 골 퍼레이드를 펼쳤고 김남일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의 원활한 콤비 플레이는 아시아 무대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전력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A3대회와 K리그 슈퍼컵, K리그 컵대회를 치르고 중간중간 챔피언스리그 원정과 홈 경기를 번갈아 하다보니 하나둘 부상 선수가 늘기 시작했고 핀 제거 수술을 받았던 발목 부상이 재발한 김남일의 골절로 전력에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파이팅 넘치는 최성용이 쉽사리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데다 송종국까지 전열에서 이탈하자 '더블 스쿼드'를 꾸릴 만큼 여유있다던 수원의 전력은 순식간에 커다란 공백을 보이기 시작했다.

또 김대의, 이병근, 마토, 박건하 등 다른 주전들도 모두 부상을 당했다가 덜 회복된 상태에서 그라운드에 나서다 보니 제 컨디션을 찾기 어려웠다.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선전 선수들의 비신사적인 파울과 시간 끌기, 심판의 미온적이고 편파적인 판정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의 컨디션이 극도로 저하된데다 선수 교체의 폭이 좁아 좀처럼 돌파구를 열지 못했다.

차 감독은 벤치에서 쓸 수 있는 카드의 한계가 있었고 전반 역습 한방에 허용한 결승골은 두고두고 뼈아픈 상처가 됐다.

물론 방심도 참담한 결과에 한몫했다.

수원은 지난달 K리그 컵대회 우승으로 지난 시즌 K리그 정규리그부터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뤄내 올 시즌 팀의 최대 목표 중 하나인 AFC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위한 8강 진출은 무난해 보였다.

특히 조 1위를 달리던 선전이 일본 원정에서 주빌로 이와타에 패해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오히려 이 점이 알게모르게 방심을 불러 배수진을 치고 나온 선전과의 맞대결에서 기선을 제압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수원이 지난 2월13일 A3대회 선전 젠리바오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무려 2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해온 것도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독'으로 작용했다.

지난 22일 예정돼 있던 K리그 정규리그 경기를 뒤로 미루기는 했지만 20일 당초 예정에 없었던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첼시와의 친선경기가 체력 부담을 가중하고 말았다.

이날 경기에서 김두현, 김동현, 이병근, 김대의 등 수원 선수들은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다 미끄러운 잔디라는 악조건이 있기는 했지만 예전 경기와는 달리 수원 특유의 기동력과 파이팅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수원의 뼈아픈 실패 책임은 시즌 초반부터 대회의 경중을 가려 힘의 안배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차 감독과 코칭스태프에게 돌아가게 됐다.

대표팀 차출 선수 중 김대의, 김두현, 이운재, 곽희주 등 4명이 소집을 미뤄가며 이날 원정에 따라나섰지만 전체적으로 '다운'돼 있는 팀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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