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네오-溫故知新' 바람

입력 2005-05-25 11:06:18

흘러간 노래들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그런 바람을 겨냥한 소위 '7080' 업소나 연주무대들이 호응을 얻고 있는 지는 벌써 오래됐다. 노래 부르는 가수의 나이 든 모습, 예전 같지 않은 목소리지만,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세월에 대한 보상 심리, 회한이 뒤섞인 결연함이 느껴지나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연극이나 미술, 오페라까지 예외는 아니다. '7080'을 주제로 한 이벤트가 늘어나고, 공연 횟수가 잦아지며, 상업화되는 바람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CF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 백지영이 CF를 찍으면서 1970년대 '대한 뉴스'풍의 복고 바람을 예고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흑백 화면 속의 윤전기에서 신문이 찍혀 나오고, 호외를 돌리는 교련복 차림의 신문팔이 소년이 등장하는 등 백지영을 그런 분위기 속에 띄우는 컨셉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백지영의 새 이미지 만들기와 맞물려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젊은이들 사이에도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만드는 소위 '네오-온고지신(溫故知新)족'이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1970, 80년대를 휩쓸었던 문화 코드를 끄집어내 다시 해석하는가 하면, 재창조하는 바람이 새로운 세대에 자리매김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엔 이런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지고 확산되면서 '복고 마니아' 바람으로 이어지기까지 하는 셈이다.

○…그 양상도 폭넓고 다채롭다. 영국의 전설적인 4인조 록밴드였던 '비틀스'의 부활을 꿈꾸는 밴드가 생기고, 1980년대에 선풍을 일으켰던 박남정의 화려하고 빠른 발동작 춤, 인기 그룹이었던 '소방차'의 큰 팔 동작 춤 등 복고적인 댄스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쫄쫄이' '달고나' '쫀득이' '못난이 인형' 등 추억 속의 '조잡했던 상품들'마저 날개를 달기라도 했듯이 팔려나간다고 한다.

○…과거로 돌아가는 유행을 '레트로(retro)'라 한다. '회고'라는 뜻의 영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접두어 '레트로'가 '거꾸로'라는 의미에서 따온 거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을까. 갈수록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고 사회가 너무 각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적이었던 과거가 그리워진다는 방증이 아닐는지. 디지털 시대가 주는 스트레스 또한 그 한 몫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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