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한이는 세상에서 무서울 게 없는 말썽꾸러기다. 학교 친구들은 모두 자기 똘마니고 가족들은 부하처럼 생각된다. 늘 아프다고 투정 부리는 마음 여린 형은 이런 동생에게 '밥'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형아는 아프단다. 학원 가야 한다며 알람시계를 맞춰놓고 잠든 사이 한이는 몰래 알람시계를 꺼버렸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딱 걸렸다. 빠져나올 구멍은 단 하나. "형아가…아프다고…그래서… ."
엄마의 회초리가 무서워 슬금슬금 피하는 한이. 그런데 갑자기 형아가 뭔가 울컥 토하고는 쓰러졌다. 그래서 한이 가족은 그날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게 됐다. 학원에 안가도 되고 혼도 덜 나고… 한이는 그저 때맞춰 토해준 형이 고마울 뿐이다.
"우헤헤, 형아도 사실은 학원가기 싫어서 아픈거지?"
그런 한이에게 수술을 위해 머리를 빡빡 민 형아는 놀려먹을 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빡빡머리 형아."
그러던 한이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아픈 형아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한이. 결국 한이는 외친다. "형아! 빡빡머리 병신이어도 좋으니… 죽지마!"
가정의 달이 무색할 정도로 피비린내 나는 영화가 진동했던 5월. 여운을 달래기라도 하듯 가족끼리 보기에 더없이 좋은 영화 '안녕 형아'가 27일 개봉된다. 소아암 판정을 받은 형 한별(서대한)과 하는 일마다 말썽만 피우는 동생 한이(박지빈)의 이야기를 그린 가슴 따뜻한 가족 드라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은 뇌종양에 걸린 열두 살 형 한별이가 아니라 그런 형을 위해 좌충우돌하는 아홉 살 동생 한이다. 그만큼 영화는 천진난만한 말썽꾸러기 한이의 재롱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박지빈은 천연덕스럽게 역할을 소화했다. 한이는 엄마(배종옥)를 위해 인기가수 비를 흉내내거나, 소아병동에 입원한 형과 친구 욱이(최우혁분)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 암에 걸린 아이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대개 최루성의 영화라 하지만 이 영화는 철부지 동생의 깜찍한 행동들로 웃음을 자아내며 반전을 노렸다.
이 영화는 2002년부터 소아암으로 투병중인 설휘와 동생 찬희 형제의 실화가 배경이 돼 더욱 화제를 불러온 작품. 임태형 감독 작품으로 지난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투자비 전액 (19억5천만 원)을 성공적으로 공개 모집해 화제가 된 영화다. 슬픔에서 희망을 발견해내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안녕, 형아'는 온라인 사이트 '엔키노, 시네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보고싶은 영화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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