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비데' 독자 개발 수출까지…지역기업 서진

입력 2005-05-25 08:41:40

부품소재기업이 밀집한 대구경북지역. 완제품을 생산,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고? "만들 수 없어서가 아니라 팔 엄두가 안 나서." CEO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화장실 비데 전문 생산업체인 서진 김성국(41) 대표는 이런 목소리에 반기를 들었다.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12년.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나라에선 기계식이 낫다!= 1993년 김 대표는 비데 제조업을 시작했다. 1985년 미국에서 수입한 비데를 오랫동안 집에서 쓰면서 '상품성'을 느낀 때문이었다.

"굉장히 편리하고 좋은 제품인데 단점이 있었어요. 전자제품이다보니 고장이 자주 났습니다. 1년에 3번쯤은 어김없이 문제를 일으켰어요. 습기가 많은 우리나라 화장실에서 전자제품인 비데가 탈없이 버티긴 힘들었죠."

그는 목욕물이 좌변기로 튈 수 밖에 없는 우리 화장실 문화에서는 전원 없이 수압으로 작동하는 기계식 비데가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기계식이 고장 우려가 거의 없고, 전자식에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누전·합선 등의 전기사고는 아예 없으며, 청소하기도 수월하다는 것.

개발? 혼자서 다했다, 대우전자·남선알미늄 등에서의 엔지니어 경험을 바탕으로. '청정비데'라는 독자 상표도 붙였다.

"2000년까지 적자였어요. 그 때까지는 소비자들이 비데가 뭣에 쓰는 물건인지 몰랐거든요. 2001년 이후 판로가 조금씩 트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8억 원. 2000년부터는 수출도 시작, 미국·유럽 등 해외 10여 개 나라에 팔고 있다. 지난해 4만 달러를 수출해 대구경북지역 수출업체 가운데 수출액 기준으로 458등을 했다.

◆해외에선 호평, "선입관 벗어주세요"= 그는 비데 제조업을 시작할 때 2가지 이유로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우선 비데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던 시절, '엉뚱한 아이템'을 갖고 나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딱지만한 중소기업이 무슨 재주로 완제품을 생산해 팔아내느냐는 것.

"저는 비데의 '비'자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비데를 사용해봤기 때문에 수요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비데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보세요. 하지만 2번째 우려는 아직도 완전히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는 매출액의 절반 가량이 수출일 정도로 해외에서는 갈수록 주문이 늘고 있는데 내수에서는 야속하다 싶을 정도로 성장이 더디다고 했다.

"저희 제품, 나쁘지 않습니다. 품질 떨어지면 미국에 못 나가는데 지금 수출실적의 절반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습니다. 수출유망기업·이노비즈기업 등 갖가지 정부 인증에 ISO9001인증까지 받았습니다. 무빙투노즐기능은 국내 최초에 특허청 실용신안으로 등록된 기능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그는 중소기업이 완제품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www.sjbidet.com (080)365-876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사진 : 화장실 비데 전문 생산업체 서진 김성국 대표는 기계식 비데는 고장 우려가 거의 없어 물이 많이 튀는 우리 화장실에 적당하다고 말한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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