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함께

입력 2005-05-24 08:43:24

비탈에 외로 선 느티나무의 생애

시린 하늘 향해 촘촘히 놓인 길을

그믐달

비켜가고 있다

먼 벗이듯 그렇게

물관을 타고 오른 오랜 속울음 끝에

비로소 드러나는 노역의 긴 흔적들

저미듯

더듬고 있는

산비탈이 환하다

김세진 '나무의 길'

나무는 사람과 가장 가까이 지낸다.

가족 못지않다.

사람들은 나무로부터 적잖은 혜택을 받고 산다.

나무의 길을 좇고자 하는 것은 결국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숲에서 마음의 평화와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진주보다 어여쁜 물방울들이 맺힌 이른 아침의 나뭇가지, 맑은 바람, 새소리, 벌레 울음, 물소리와 달빛, 별빛을 그곳에서 만난다.

비탈에 외로 선 한 그루 느티나무, 그로부터 우리는 순명의 길을 배운다.

아울러 무언가 이루기까지는 긴 노역의 시간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정환(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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