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형 카리스마'
지난 17일 대구 한 호텔에서 열린 우수 중소기업인 초청 간담회장. 이화언 대구은행장이 기업 대표들에게 표창장을 주는 순서가 되자 무대 중앙에서 수상 기업인들이 서 있는 자리로 옮겨갔다.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가 당황해 "그러면 그림(화면)이 안 되니 무대 중앙에서 하세요"라고 했지만 그는 자리를 옮겨 다니며 표창장을 수여했다. 자신보다 상을 받는 기업 대표들이 부각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5일로 취임 두 달을 맞는 이 행장의 '외유내강'이 화제다. 온유하고 겸손한 행동과 강단 있는 업무 처리로 은행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각종 행사장에 임원들과 함께 미리 나가 외부 인사는 물론 직원들을 먼저 맞아들이고 있다. 취임 직후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한 뒤에는 그 배경을 알리고 인사 대상자들로 하여금 포부를 설명하는 기회를 주었다. 행원, 청원경찰들과 함께 팔공산 산행을 한 후 함께 노래도 불러 감동한 직원들로부터 편지를 받기도 했다.
파격적인 행동이 이미지 관리를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만했으나 이 행장은 이 같은 행보를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실제로 그는 행장 취임 이전 간부 시절에도 부하 직원들을 야단치는 대신 가르쳐 부하 직원들이 좋아하는 상사이기도 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을 중시해야 고객만족'주주가치 경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존중받고 신이 나야 고객들에게 잘하고 업무 성과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행장 취임 직후 대규모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임원 간부회의를 업무 개시 이전에 끝내도록 하는 등 관행 타파에도 힘써 강한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대구은행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타성에 젖어 있습니다. 은행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는 '국제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을 강조하면서 임직원들의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 능력을 키우기 위해 원어민 강좌를 은행 내에 개설할 예정이며 18일 부점장급 간부들을 대상으로 외부 금융 전문가를 초청, 강좌를 연 것을 시작으로 매월 금융 전문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1~6개월의 단기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마련, 해외 연수기회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짧은 기간의 연수이지만 경쟁력을 키우는 데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와 함께 대구 50%, 경북 30%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경영 목표를 제시한 뒤 부행장'경북지역본부장들과 사업목표이행각서를 체결하는 등 독려에 나섰다.
"경영 목표를 제대로 제시한 뒤 부행장'경북지역본부장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해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매주 진솔한 내용을 담은 'CEO레터'를 발송하는 등 임직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에 나서고 있다. 수석부행장 시절 열정적이고 강한 설득력으로 기업설명회(IR)에 나서 외국인들의 투자를 대폭 늘린 바 있는 그가 직원들을 배려하면서도 배전의 노력을 요구하는 리더십으로 대구은행의 성장을 이어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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