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영향 쌍둥이 늘어

입력 2005-05-23 10:27:54

신생아 100명에 2명은 쌍둥이 '응애~'

쌍둥이 출산이 늘고 있다.

100가족 중 2가족 꼴이다.

저출산 우려 속에 쌍둥이 엄마·아빠들은 단연 미래 국가경쟁력을 드높인 공신(?)이다.

그러나 양육비, 사교육비 부담의 현실적 고충이 만만찮다.

◇고생은 두배, 행복은 네배

"한 번 배 아파서 둘을 낳았으니 얼마나 좋아요."

20일 오후 수성구 한 산부인과 병원. 이 병원에서 출생한 3~10개월 쌍둥이 8명이 초보 엄마·아빠와 한 자리에 모였다.

남편이나 부인 가계에 쌍둥이가 있는 '가족력'을 가진 이들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까무러치게 힘들었다'는 말부터 쏟아졌다.

10개월된 쌍둥이 두 딸을 데리고 온 결혼 5년차 주부 남지현(35)씨는 "첫 두 달 간은 방금 우유 줬던 애한테 또 우유를 줬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며 웃었다.

새벽까지 번갈아 가며 우는 아기를 달래다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1.8kg, 2.1kg의 작은 아기들이 인큐베이터에 든 모습에 가슴도 졸였다.

매달 분유와 기저귀 값만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란성 쌍둥이 남매 엄마인 김화자(33)씨는 조산이 두려워 두 달 먼저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한 밤중에 동시에 울면 밤새 발을 동동 굴렀어요. 산후 우울증요? 그럴 틈이나 있었겠어요?" 우유 먹는 시간은 물론 딸국질이며 배변, 아픈 시간까지 비슷한 남매를 키우느라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결혼 6년차인 김씨는 역시 쌍둥이를 둔 친정과 시댁 친지들에게서 육아정보를 얻고 있다.

그래도 행복은 네배다.

"다음 번에도 쌍둥이를 낳고 싶다"는 한 아기 엄마의 진지한 말에 '와' 하고 웃음이 터졌다.

박미자(32)씨는 8개월 된 아기들이 서로 엄마 품에 안기려고 싸우다가도 마주 보고 웃는 것을 볼 때 "평생 친구를 만들어준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다.

터울이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양육비, 교육비 등을 대느라 고생을 나눠서 길게 해야 하지만 쌍둥이 부모들은 절반 기간에 집중할 수 있으니 다행 아니냐고 했다.

◇늘어나는 쌍둥이

통계청 인구분석과에 따르면 2003년 국내에서 출생한 쌍태아(쌍둥이 이상)는 9천852명으로 전체 신생아 출생의 2%를 차지했다.

10년전 1.1%에 비해 2배 가깝게 늘어난 수치다.

쌍태아 비율은 2002년 9천691명(1.9%), 2001년 9천998명(1.79%), 2000년 1만712명(1.68%)으로 출산 기피에 따른 저출산 추세 속에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은 2000년 기준 20여 개 시도 중 5위 안에 들었다.

이런 '다태임신'의 증가는 최근 불임부부에 대한 시험관 아기 시술과 '배란 유발제' 사용이 증가하는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보고 있다.

인공수정 경우 엄마의 자궁에 2개의 수정란을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를 갖기 힘든 부부를 위한 배려다.

신동학 여성메디파크 원장은 "실제는 80건 중 1건꼴에 이를 정도로 쌍둥이 출산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됐다"고 했다.

인터넷 다음(daum)사이트에는 1만여 명이 가입한 쌍둥이 부모 카페가 등장, 육아정보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사설 쌍둥이 연구센터까지 생겨날 정도로 쌍둥이 출산은 흔한 일이 됐다.

◇양육·교육비 지원 없어, '저출산' 당연

7개월된 쌍둥이 아들 엄마인 황은영(35)씨는 "유치원생 한 명에 드는 양육비가 고등학생과 맞먹는다"며 저출산 풍조에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방이나 유치원은 말할 것도 없고 학원 한 곳만 보내도 30만~50만 원.

황씨의 걱정처럼 통계청도 2003년 기준 49만3천명인 출생아 수가 2020년 38만 명, 2050년 22만900명으로 크게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거운 교육비 부담에 믿고 맡길 만한 저가의 육아시설까지 부족한 현실이다보니 아기 욕심을 쉽사리 낼 수 없다.

소성범(36)씨는 "두 쌍둥이를 대학에 보내면 1년 학비만 1천만 원"이라며 "'아기 한 명을 더 낳으면 몇 십만원을 준다'는 식의 출산 장려책은 전혀 도움이 안 되며, 낳아서 키우는데 걱정이 없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해줘야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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