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봉사단, 매월 한차례 고령 들꽃마을 찾아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짜라~짜라~ 일명 자장면 봉사단!'
19일 낮 12시 경북 고령군 우곡면 예곡리 '들꽃마을'. 이곳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인을 비롯한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100여 명이 청요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점심메뉴는 일류 중국집 주방장들이 만들어 준 '자장밥, 탕수육, 오이야채국'.
한 장애인은 '너무 잘 먹었다'는 표시로 요리하고 있는 한 주방장을 뒤에서 안아주었고, 말은 못하지만 환한 표정을 한 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맛이 일품!'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권성민(35·여·정신지체 2급)씨는 "너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어줘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한 달에 한 번 중국집 아저씨들이 오는 날만 기다린다"고 수줍게 웃었다.
들꽃마을 식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봉사단의 정식명칭은 '촛불봉사단'. 모두 달서구의 중국집 업주 및 주방장들이다. 지난해 1월 '넉넉하지 않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자'고 시작해 1년여 동안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점심봉사를 했다. 지난 2월부터는 '들꽃마을이 너무 멀어 봉사단이 잘 찾지 않는다'는 얘길 전해듣고 봉사장소를 바꿔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이곳을 찾는다.
봉사하는 날은 평일보다 더 바쁘다. 대구에서 1시간 20분 정도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오전 6시에 일어나 음식재료와 작업복 등을 챙겨서 9시 30분쯤 들꽃마을에 도착,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장애인들과 노인이다 보니 맵거나 짜지 않게 간을 조절하고 솔잎 녹말가루를 넣는 등 웰빙(Well-Being) 음식을 만들기 위해 맛이나 영양에도 특별히 신경을 쓴다.
촛불봉사단의 초대 회장인 박춘식(51)씨는 "오늘따라 탕수육이 야들야들하게 잘 튀겨졌다"며 "봉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갈 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뿌듯함은 아무도 모른다"고 두 어깨를 으쓱했다. 박씨의 동갑내기 아내 최애자씨도 성기훈(45), 이종복(40), 정종식(38)씨와 함께 묵묵히 요리솜씨를 뽐냈다.
어려움도 많았다. 회원이 7명밖에 되지 않는 탓에 몸이 아프거나 집안에 일이 있어 몇사람 빠지게 되면 3, 4명이 100~200명의 식사준비를 하려면 몸살이 날 정도. 하지만 이들은 웬만해선(?) 봉사하는 날엔 빠지지 않는 억척 봉사자들이다.
들꽃마을 김상조(세례명 대건 안드레아) 신부는 "촛불이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듯 이들 중국집 주방장들은 음식을 만들어 이웃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천사들"이라고 칭찬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매월 한 차례씩 들꽃마을을 방문,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해 중국음식을 만들어 봉사하는 '촛불봉사단'. "탕수육이 고소하게 잘 튀겨졌다"며 주방에서 포즈를 잡았다. 왼쪽부터 성기훈·박춘식·이종복·최애자·정종식씨.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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