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열가지 교훈의 첫 계명은 부득탐승(不得貪勝)이다. 너무 이기려고 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바둑도 승부를 다투는 게임일진대 어울리지 않는 교훈인듯 하지만 이기려는 마음이 오히려 마음을 위축시킨다는 역설적인 가르침이다. 운동선수에게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과 같다.
◎…부득탐승의 교훈은 나머지 9가지 계명인 입계의완(立界誼緩), 공피고아(攻彼顧我), 기자쟁선(棄子爭先), 사소취대(捨小取大), 봉위수기(逢危須棄), 신물경속(愼勿輕速), 동수상응(動須相應), 피강자보(彼强自保), 세고취화(勢孤取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둑두는 사람에게만 어울리는 말이 아니다. 남녀노소 직업에 관계없이 한번쯤 새겨 볼 말들이다.
◎…한국 바둑은 세계 최강이다. 일본 바둑에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던 한국 바둑이 일본을 제치고 우뚝 서게 된 것은 교육 덕택이다. 어린 꿈나무를 일찌감치 발굴, 키워냈기 때문이다. 충암학원 바둑부는 영재들의 산실이었다. 그 충암학원 바둑부 창설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던 김수영 7단이 어제 타계했다. 바둑의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는 프로 기사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바둑팬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 친숙했다. 감칠맛 나는 그의 해설은 바둑팬을 사로잡았다. "쌈지뜨면 죽느니 대해로 나가라" 는 그의 해설을 듣노라면 바둑의 기묘한 이치가 그대로 다가오곤 했다.
◎…췌장암 말기의 고통속에서도 진통제로 견디며 보름전 마지막 대국을 치르기도 했다. "나는 지금 상대(암)로부터 대마가 몰린 상황"이라며 "천지대패가 난 상황이지만 냉정히 대처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던 그는 수준낮은 직장 바둑대회의 해설 초청도 마다하지 않기에 타계 소식이 더욱 안타깝다.
◎…유연하지 않고서는 과감할 수 없다는 게 부득탐승의 교훈이다. 내 것만 고집하고 기왕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다간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게 '위기십결'의 가르침이다. 이기려고 몸조심만 하다가는 결국 지고 만다는 가르침을 실천하기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바둑 10결을 만든 이가 부득탐승이란 마음의 자세를 제일 위에 올려놓은 까닭도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때문이었을 터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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