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 장애인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입력 2005-05-21 10:02:42

지역 치과의 4명

"'아-' 해봐 성엽아, 옳지 잘한다.

옳지."

아이들의 신음소리가 온 공간에 쩌렁쩌렁하다.

보통 아이들보다 엄살도 심하고 몸부림도 과격하다.

아픔을 견디다 못해 고개를 갑자기 돌려버리니 의사선생님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3년 전부터 매주 화·목요일 오전이면 대구 남구보건소에는 백의의 천사들이 등장한다.

지체장애아, 소년소녀가장, 고아원생들을 상대로 무료 치과 진료를 해주기 위해서다.

미르치과 의사 김경환(39)씨는 "평범한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몇 배로 힘이 들지만 그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상하게 오늘따라 힘 좋은(?) 아이들이 많이 찾아와 벌써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며 웃었다.

남구보건소는 지난 2002년부터 장애인 구강보건사업의 하나로 한마음연합치과의원, 미르치과병원, 덕영치과병원의 의사,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무료 진료를 하고 있다.

필요한 장비며 약품도 모두 각자의 병원에서 가져 온다.

지난해 이곳에서 치료받은 환자만 모두 548명.

대구청각언어장애복지관, 구세군혜천원, 요한어린이집 등 장애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점검하고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은 보건소로 불러 치료해 준다.

가장 먼저 무료진료를 했던 덕영치과 이정하 원장은 지난해 울진군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 33명에게 무료로 임플란트 시술을 해주기도 했다.

청력2급장애를 겪고 있는 성엽(7)군을 업고 온 박자영(35·여·수성구 지산동)씨는 "아이가 어금니 충치가 있었는데 오늘 치료를 받고 말끔히 낫게 됐다"며 "남구 주민도 아닌데 이렇게 친절하게 진료해 줘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경북대 치과대학 출신이다.

미르치과 김경환(39), 조창식(40), 한마음연합치과 이기호(40)씨가 85학번 동기. 어느 술자리에서 "사회 환원 차원에서 우리의 기술을 어려운 이웃에게 써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유영아 남구보건소장은 "장애인들은 보통 경제적으로 어렵고 이동도 불편해 치과 진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치료가 필요한 많은 장애인이 신청해주면 어디든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치과의 김경환씨가 장애아의 치과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장애아들은 엄살도 심하고 몸부림도 심해 치료가 쉽지 않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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