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미국을 씹다?

입력 2005-05-18 08:40:43

정치적·윤리적 비판 영화 다수

올해 칸 영화제를 지배하는 주제는 아무래도 미국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비판이 될 것 같다.

16일 시사회를 가진 라스 폰 트리에(덴마크) 감독과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캐나다) 감독의 작품들은 미국 노예제도의 유산과 오늘날 미국의 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미국 출신의 조지 루카스 감독도 민주주의의 변질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내놓은 '만덜레이'(Manderlay)는 미국을 주제로 한 그의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니콜 키드먼이 열연한 3부작의 첫 편 '도그빌'(Dogville)처럼 '만덜레이'도 고도로 양식화된 미니멀한 연극무대식 세트에서 진행된다.

브라이스 댈러스하워드, 윌렘 대포, 로렌 바콜, 대니 글로버 등이 출연했다

대본을 처음 읽고 배역 맡기를 주저했던 글로버는 "미국의 민주주의란 것이 결국 노예의 등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에 영화는 이에 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폰 트리에 감독은 미국이 자신과 덴마크에 미치는 영향력이 하도 커서 "난 아직 미국에 가 본 적이 없는데도 내 자신이 60%쯤은 미국인이 된 기분"이라며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의 나쁜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고 말했다.

또 '폭력의 역사'를 출품한 크로넨버그는 "이 영화를 만든 것은 폭력에 대한 나 자신의 집착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그러나 영화를 만들면서 미국과 "미국 거리에 난무하는 폭력"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지의 제왕'에 출연했던 비고 모르텐슨과 에드 해리스가 주역을 맡은 '폭력의 역사'(A History of Violence)는 자신의 식당에서 자기방어를 위해 두 남자를 죽이고 일약 매스컴의 영웅이 되는 가정적인 남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편, SF 서사극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결편인 '스타워즈 Ⅲ- 시스의 복수'를 만든 조지 루카스 감독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영화는 민주주의가 어떻게 위기에 처하는지에 관해 미국에 정치적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워즈'의 모든 에피소드들이 역사를 반영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고대 로마인들이 왕들을 제거한 뒤 원로원이 결국 시저의 조카를 황제로 맞아들이는 데서 나는 민주주의가 스스로 독재체제로 변모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프랑스 혁명과 히틀러도 연구했다.

우리가 베트남에서 행한 일과 우리가 현재 이라크에서 행하고 있는 일 사이의 유사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