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은 대통령 측근 앞에 평등했다'

입력 2005-05-14 12:14:10

부시 미 대통령이 어느 핸가 단행한 성탄특사는 고작 7명이었다. 그것도 가짜 사회보장번호 제출같은 경범죄였다. 부시는 취임 후 수천 건의 사면요청을 모조리 거부했다고도 한다. 이것을 우리는 삼권분립과 법치주의의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것으로 읽는다. 우리가 느닷없이 왜 '미국 이야기'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대한민국 대통령이 석탄일에 맞춰 불법 대선자금 관련 경제인 12명 등 31명의 경제인을 특별사면했다. 그 속에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개인비리(조세포탈 등)로 유죄 판결 받은 강금원씨도 끼어있다. 본란은 이미 "정치 좋아하다 죄지은 자들이 단 한번이라도 형기 만료후 풀려나는 꼴을 보고싶다"고 탄식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들의 사면권의 지나친 남용과 정치적 오용의 전례가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마치 '탄핵기각 1주년 기념' 사면같은 이번 사면에서 '끼워넣기'한 강금원씨는 어떤가. 법무부는 "강씨의 횡령혐의는 대선자금 수사하다가 드러난 것으로 큰 틀에서 봐야한다"고 말같잖은 해명까지 하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안했으면 강씨의 개인 비리는 무죄'라는 소리로 들린다. 이게 법무부가 할 소린가? 칼자루 쥔 쪽이 이런 식이니 정대철'이상수'한희정'권노갑'최돈웅'김영일씨 같은 이들이 8월15일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지 않는가.

본란은 역대 대통령들의 "정치적 결단"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핑계한 준법경시 행위에 일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대통령이,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가 "고유 권한"을 주장한다면 국민은 그 권한을 법률로 축소시키는 수밖에 없다. 국민 정서와 여론을 우습게 아는 독단, 지은 죄를 죄같이 보지 않는 경박함과 불감증 같은 것이 법을 사랑하는 이들을 화나게 한다. 국회는 개혁차원에서 사면제도 개선에 당장 착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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