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건축기행

입력 2005-05-13 10:38:45

안영배 지음/ 다른세상 펴냄

'가난의 나라, 구도자의 나라,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나라….'

인도 앞에는 으레 다양한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지만 인도는 건축의 나라이기도 하다. 인도의 전통건축은 서유럽 건축보다 훨씬 친근하며 중국'한국'일본을 잇는 동북아시아 건축과 서유럽 건축 사이에 있는 제3의 건축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건축기행'은 안영배 전 경희대 교수가 인도 곳곳을 둘러보며 중요한 인도의 건축물을 소개한 책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타지마할. 인류가 빚어낸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타지마할은 인도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 자한이 그가 사랑했던 왕비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묘당이다.

이 묘를 건설하는데 22년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으로 국가재정이 부실해졌고 이 때문에 샤 자한은 폐위되었던 낭만적인 역사적인 배경으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의 가장 독특한 구조물 중 하나는 계단 우물인 바브(Vav)이다. 서인도 지역은 일 년 중 약 10개월은 비가 내리지 않아 땅속 깊숙이 내려가야 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계단우물이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계단우물은 단순히 물을 얻기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 힌두교의 성스러운 종교적인 기능까지 담당했기 때문에 궁전 못지않게 섬세한 조각으로 꾸며졌다.

계단우물은 서기 6세기 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11~16세기에 지어진 것이다.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루다바이 바브는 지하 7층 정도의 규모로, 장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중앙 상층부는 8각형으로 트여 있고 네 모서리에는 사당과 함께 넓은 공간이 마련돼 있어, 종교의식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자연과 신, 그리고 인간이 물을 매개로 하나가 되는 가장 성스러운 광경이었다. 또 일 년에 두 번, 즉 춘분과 추분이 되면 떠오르는 태양빛은 사원과 수평이 돼 물과 불이 만나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인도에는 수많은 사원이 존재하는데, 지역에 따라 그 형태가 조금씩 차이난다. 남인도의 힌두교 사원에서는 비마나(Vimana-성실이 있는 본당) 형태가 북부형보다 간결하고 우아하며 르네상스의 서유럽 건축을 연상할 수 있다. 반면 북부형 사원은 다채롭고 화려한 점이 바로크 건축을 떠올리게 한다.

인도 전통 건축물 중에는 건축가의 이름이 기록된 곳도 있다. 이는 당시 건축가들이 사회에서 크게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건축은 건축가가 존경받는 사회에서 탄생한다.

사원의 형태나 주변 경관, 조각이 갖는 의미를 알게 되면 인도 건축의 숨은 매력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된다. 결정체를 연상시키는 호이살레슈와라 사원은 이상향에 대한 염원을 담고 있다. '별'은 아름다움의 상징인 동시에 인간이 염원하는 이상향의 상징. 또 인도에 연못을 갖춘 사원이 많은 이유는 힌두교의 많은 종교행사가 물을 통해 이뤄질 만큼 물을 신성시하기 때문이다. 단자부로 사원은 이슬람교도의 침공에 대비해 출입구 좌우가 마치 성벽과 같은 방위시설로 둘러져 있다.

마하발리푸람의 암벽에 새겨진 '아르주나의 고행'은 인도 고대의 산스크리트 대서사시 '마하바리타'의 주인공 아르주나가 고행하는 장면으로, 수많은 코끼리와 사슴, 원숭이 등의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 엄격하면서도 평화스러운 성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 책에는 인도건축과 관련한 용어집과 지역별 인도 건축의 중요도, 인도건축의 시대별 특징 등이 수록돼 있어 인도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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