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인정, 감격의 첫 프로배구 MVP

입력 2005-05-13 07:55:39

"10년만의 MVP" 후인정(31.현대캐피탈)이 프로배구 원년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고 활짝 웃었다.

후인정은 12일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KT&G 2005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영예의 MVP로 선정돼 트로피와 상금 300만원을 품에 안았다.

후인정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20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표를 획득, 7표를 얻은 이경수(LG화재)와 3표에 그친 김세진(삼성화재)을 제쳤다.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든 후인정이 한 해 농사를 결산하는 시상식에서 가장 뜻깊고 큰 상인 MVP를 수상한 것은 생애 처음.

올해로 실업 유니폼 입은 지 꼭 9년째인 후인정은 경기대 재학 대학시절 높은 타점과 폭발력 있는 강타로 '스커드 미사일'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하지만 후인정은 현대캐피탈 입단 후 라이벌 삼성화재가 번번이 겨울리그를 독식하는 것을 뒤에서 지켜보며 움츠러들었다.

당연히 그 10년 세월 동안 MVP는 '무적함대' 삼성화재의 김세진과 신진식이 번갈아 가며 차지했다.

그러나 배구 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서른이 넘은 후에야 드디어 기회가 왔다.

현대캐피탈은 프로리그가 출범한 올해 개막전부터 삼성화재에 대역전승을 일궈내는 파란을 연출했고,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긴 했지만 시즌 내내 삼성화재와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치며 독주체제가 굳어진 듯 싶던 배구판에 확실한 양강 구도를 정착시켰다.

그 중심엔 물론 라이트에서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힌 후인정이 있었다.

후인정은 정규리그 내내 맏형답게 팀원들을 다독이는 한편 53.99%의 놀라운 공격 성공률로 공격 1위를 차지,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후인정은 또 지난달 발표된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 18명 중에 이름을 올려 오랜만에 태극마크도 눈앞에 두고 있다.

안경을 낀 채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코트에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시상식에 나타난 후인정은 수상 소감으로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스럽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주는 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후인정이 이날 상을 타기 위해 무대로 오르자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띤 채 가장 먼저 꽃다발을 전달하며 따뜻하게 포옹해 주며 진한 사제간의 정을 나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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