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길섶에도 크신 이의 손길 있다
새로 깐 아스팔트가 버섯모양 부풀더니
이 봄날 긴긴 날들을 쉬지 않고 뜸 들인다.
한껏 부푼 둘레가 우산살로 금이 간다
마침내 틈이 벌며 껍질이 떨어지고
시루에 콩나물처럼 새순들이 올라왔다.
겨울 견딘 뿌리들을 어둠으로 포장하여
굴림차로 다져가며 시퍼런 입을 봉했어도
무거운 압제를 뚫고 일어서는 저 말들!
정해송 '우슬초'에서
얼마 전 매일신문 1면에 5㎝ 두께의 아스팔트를 뚫고 쑥이 솟아오른 모습이 보도된 적이 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있고 난 후 제일 먼저 싹이 올라온 것도 쑥이었다고 하니, 자연을 거스르기에는 인간의 힘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음을 느낀다.
'우슬초'도 역시 견고한 아스팔트를 헤치고 시루에 콩나물처럼 새순들을 밀어 올렸다.
굴림차의 힘도 무력하기만 하다.
시의 화자는 종내 그것을 '무거운 압제를 뚫고 일어서는 저 말들'로 본다.
자연이 무언으로 들려주는 말, 힘 없는 민초가 눈빛으로, 혹은 온몸으로 들려주는 말을 귀담아 잘 듣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윤택해질 것이다.
이정환(시조시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