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와 함께

입력 2005-05-12 08:42:08

승학산 길섶에도 크신 이의 손길 있다

새로 깐 아스팔트가 버섯모양 부풀더니

이 봄날 긴긴 날들을 쉬지 않고 뜸 들인다.

한껏 부푼 둘레가 우산살로 금이 간다

마침내 틈이 벌며 껍질이 떨어지고

시루에 콩나물처럼 새순들이 올라왔다.

겨울 견딘 뿌리들을 어둠으로 포장하여

굴림차로 다져가며 시퍼런 입을 봉했어도

무거운 압제를 뚫고 일어서는 저 말들!

정해송 '우슬초'에서

얼마 전 매일신문 1면에 5㎝ 두께의 아스팔트를 뚫고 쑥이 솟아오른 모습이 보도된 적이 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있고 난 후 제일 먼저 싹이 올라온 것도 쑥이었다고 하니, 자연을 거스르기에는 인간의 힘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음을 느낀다.

'우슬초'도 역시 견고한 아스팔트를 헤치고 시루에 콩나물처럼 새순들을 밀어 올렸다.

굴림차의 힘도 무력하기만 하다.

시의 화자는 종내 그것을 '무거운 압제를 뚫고 일어서는 저 말들'로 본다.

자연이 무언으로 들려주는 말, 힘 없는 민초가 눈빛으로, 혹은 온몸으로 들려주는 말을 귀담아 잘 듣는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윤택해질 것이다.

이정환(시조시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