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유난히 '날'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여러 '날'들은 과거와는 달라진 우리 시대의 가족·학교의 역할과 위상을 되짚어보는 좋은 계기가 된다. 대표적인 대중문화상품인 브라운관에 비친 아버지와 교사의 모습을 짚어봤다.
◇작아지는 아버지=아버지는 더 이상 가족의 중심이 아니다. 적어도 요즘 TV 드라마에서는 그렇다. 자식에게 묵묵히 그늘을 드리워주는 당당한 아버지 대신 밥상에서도 아내 눈치보느라 맛있는 반찬에는 젓가락도 못 대고(MBC '신입사원'), 자식에게 생선의 뼈를 발라주는(MBC '백조의 호수') 등 부드러우면서 약한 아버지로 묘사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부모님 전상서'의 안 교감과 SBS '불량주부'의 구수한은 잘한 것 없이 큰소리치는 마초형의 아버지가 설 자리를 잃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생업전선에 나선 아내를 대신해 아이키우고 살림하는 수한에게나 딸의 이혼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는 안 교감은 어깨에 힘이 빠진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다.
완고한 아버지에게 주부생활을 하고 있는게 탄로난 수한이 "저 회사 다닐 때는 집에서 살림하는 거 무시했지만 제가 직접 해보니까 회사다니는 만큼이나 중요하고 힘든 일이더라구요"라는 대목은 가부장적인 권위의 색이 바랬음을 보여준다. 또 교장 승진에서 매번 탈락하는 퇴직 직전의 안 교감이 맏아들 내외를 처가로 보내고, 작가인 둘째 며느리가 글을 쓰기 위해 오피스텔로 출근할 수 있게 하자고 아내에게 말했다가 호되게 당하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스럽게 밀고나갈 수 없는 무력한 아버지상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여교사는 애정의 대상="1년만, 아니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주세요. 내가 선생님 찾아가서 프러포즈할께요. 진짜 멋진 놈 돼서 프러포즈할께요."(SBS '건빵선생과 별사탕')
최근 대중문화상품의 주요 코드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 순진한 '여교사와 문제아 남학생의 사랑'이다. 지난 2002년 MBC '로망스'를 통해 처음 시도돼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이 코드가 다시 붐을 이루고 있는 것. 현재 이를 주제로 한 드라마는 SBS '건빵선생과 별사탕'과 KBS2 '러브홀릭'. SG워너비의 뮤직비디오 '죄와 벌'에서도 여선생과 남제자 커플이 등장한다. 한은정은 이 뮤직비디오에서 미술선생으로 등장하며 순수한 두 고교생의 뜨거운 연모를 받는다.
'건빵선생과 별사탕'은 문제아 박태인과 그를 무사히 졸업시키라는 '임무'를 띠고 임시교사로 부임한 나보리가 주축이다. 그러나 박태인이 담임 선생님에게 프러포즈하는 내용은 드라마로서는 파격적이다. 더욱이 키스신까지 등장한다. '러브홀릭'의 주 배경은 성인시절이지만 기면증을 앓는 여선생님이 살인을 저지르자 제자가 대신해 감옥살이를 한다. 드라마는 이후 5년을 건너 뛰어도 처음부터 제자는 여주인공을 교사가 아닌 여자로 생각한다.
'소재의 다양화'라는 측면에도 불구하고 교사를 애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설정이 다분히 선정적이라는 비판은 면키 어렵다. 교사의 위상이 점차 추락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드라마에서 여교사들은 말로는 '교직, 교육에 대한 굳은 신념'을 지녔지만 행동은 순수하다 못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사랑스러운 '여자'다. 반면 제자는 나이만 어릴 뿐 완력에 자신있는 문제아들이다. 응석부리는 여교사와 의젓한 남학생의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셈. 이같은 태도는 아무리 연상에다 사회적 위치를 가진 선생이라도 '여자는 여자일'뿐이라는 가부장적인 인식이 그대로 묻어난다는 점에서도 문제로 꼽힌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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