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청계천(淸溪川)

입력 2005-05-11 11:33:19

북악'인왕산'남산 등으로 둘러싸인 서울시의 모든 물은 청계천으로 모인다. 빗물은 물론 서울 4대 문 안 사람들이 쓰고 버린 물이 모여 동쪽으로 흐른다. 왕십리 밖 살곶이 다리 근처에서 중랑천과 합쳐 서쪽으로 흐르는 방향을 바꿔 한강으로 들어간다. 조선 왕조가 도읍을 정할 당시 자연하천이었던 청계천의 원래 이름은 개천(開川)이었다. 홍수가 지면 하천 주변 민가에 물난리를 안겼고 평시에는 오수가 괴어 매우 불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 조선조 태종이 처음으로 치수사업을 일으킨 뒤 영조를 거쳐 순조 고종 때까지 준설 공사가 계속됐다. 일제 강점 초기 청계천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대대적인 공사가 행해졌다. 서울 한 복판을 흐르는 하천이기에 해방 후에도 청계천의 유지 관리는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다. 58년부터 복개 공사에 착수, 79년 마장교까지 완성됐다. 복개된 청계천 도로 위에는 삼일고가도로가 설치돼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 축이 되기도 했다.

◇ 복개 뒤 40년 만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을 벌이자 사람들의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밀어붙이는 추진력을 높이 평가받아 온 이 시장의 또다른 미래를 위한 사업이라는 평가도 있었고,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고 광화문의 청계천 복원 시계가 하루하루 D데이에 임박하면서 청계천은 서울 사람들의 새로운 꿈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청계천의 미래가 장밋빛을 띠면서 당연히 일대의 땅값도 엄청나게 뛰었다.

◇ D -143일을 남겨둔 지금 희망의 청계천이 '청계천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고도제한 완화와 관련 재개발 업자와 관련 공무원의 결탁 의혹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청계천 복원사업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부시장에 이어 청계천 사업과 관련이 없는 정당인까지 비리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러다 청계천의 꿈을 만든 이 시장까지 조사받을 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청계천 복원 사업 막바지에 터져나온 비리 의혹은 대역사에 뒤따르는 홍역인지도 모른다. 희망의 큰 꿈에 함께 오는 호사다마(好事多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밋빛 꿈이 컸던 만큼 시민들은 연일 이어지는 의혹에 분노한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 개인 이익을 위한 일은 없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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