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이 빚은 예술품
우리나라 크기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소국 타이완. 하지만 그곳엔 13억 대륙인들도 깜짝 놀랄 만한 장대한 자연이 숨쉬고 있다. 그 대표격이 타이루꺼(太盧閣) 대협곡. 타이완 동부 화리엔(花蓮) 안에 감춰진 이 협곡은 19㎞에 걸쳐 높은 산과 산의 경사면이 계곡물에 깎여 이루어졌다. 굽이굽이 대리석이 빚어낸 대협곡은 보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할 만큼 장엄한 분위기를 품어낸다. 자연의 경이로운 창조물인 이곳은 생태계 보전 또한 잘 되어 있어 세계적인 자연공원으로 인정받고 있단다.
대협곡을 따라가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장춘사(長春祠). 어두침침한 터널을 지나 금세 펼쳐진 장관이라 더욱 관광객이 탄성을 쏟아내는 곳이다. 녹음이 우거진 산 절벽에 조그맣게 앉은 새빨간 장춘사는 마치 미니어처를 보듯 아기자기하다. 대리석의 갈라진 틈 사이로 떨어지는 장춘폭포는 가슴을 펑 뚫을 만큼 호쾌하다. 장춘사는 협곡을 지나고 있는 동서횡관공로(東西橫貫公路)를 건설하다 순직한 사람들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다.
'옌쯔커우(燕子口)'라고 씌어진 비석이 있는 곳에서부터 직접 발품을 팔았다. 강을 낀 절벽의 간격이 좁아 자동차로는 감상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좁게 난 길을 따라 사붓이 걸었다. 발 아래로 까마득하게 계곡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릴 정도다. 산의 지질이 대부분 대리석이어서 깎여진 절벽 단면이 마치 대리석 조각을 보는 듯하다. 아득한 계곡 밑으로는 물살이 세차게 소리친다. 이곳 물은 황 성분이 너무 많아 마실 수 없지만 마치 보석을 깔아놓은 듯 영롱한 옥빛이 하얀 대리석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다. 계곡마다 기나긴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남아 있다. 이 구멍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걷는 동안 계곡의 풍광과 함께 날아다니는 제비들의 재롱도 볼거리다.
협곡의 아름다움은 지우취동(九曲洞)에서 절정을 이룬다. 9개의 구불구불한 터널이 이어지는 지우취동은 굽이진 곳에서는 암석층만 보이지만 계곡 가까이 동굴에서는 협곡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협곡 맞은편의 순백 대리석의 갖가지 형상을 보고 있노라면 천상의 조각품을 다 모아놓은 전시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지우취동 굽이진 곳마다 뚫어놓은 동굴길 또한 아름답다. 과거 다이너마이트나 콘크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수작업으로 뚫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단다. 결국 억겁의 세월이 빚어낸 타이루꺼 대협곡은 인간의 손끝을 더해 마침내 장엄한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 산 절벽에 살짝 앉은 새빨간 장천사와 그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가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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