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검정 합격 '공부벌레' 박을선 할머니

입력 2005-05-10 16:18:59

어려운 수학 이젠 자신만만… 대학 입학 설레

"공부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시겠습니까?"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지난 6일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한 박을선(67.달서구 월성동)할머니.

지금까지 경찰서 청소만 25년간 해 온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는 말을 하기 싫어 5년전부터 남모르게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

공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 공부벌레가 돼 버렸다. 달서경찰서에서 청소가 끝나면 대구공업대학 도서관을 찾아가 밤 10시30분까지 공부하고 다시 월성사회종합복지관 옆 무료독서실로 옮겨 새벽까지 공부하기를 몇년간 계속해왔다. 심지어 주말이나 공휴일조차 '놀러가자'는 친구들의 유혹들을 뿌리치고 도시락을 싸 도서관을 찾았다.

수학과목이 어려워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용기(?)로 극복했다. 3년전 인근 월성초등학교 교장을 찾아 부탁을 해, 6학년 1반 학생들과 함께 일주일에 두번씩 수학수업을 들었다. 처음에는 창피하고 쑥쓰러웠지만 금세 아이들의 정겨운 할머니가 됐고, 집까지 찾아와 가르쳐주는 과외친구까지 생겼다. 그는 배우는데만 모든 신경을 쏟고 나머지 집안일은 거의 포기할 정도로 '공부중독'에 빠져버렸다.

영어과목 때문에 박씨의 방은 온통 노란 쪽지다. 영어단어를 외우기 힘들어 모르는 단어마다 '포스트 잍'을 장롱, 거울 등 방안 곳곳에 붙여놓았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그는 이번 검정고시 영어시험 25문제 중 20문제를 맞춰 당당히 80점을 받았다.

이렇듯 그는 5년만에 중학교 졸업장과 같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앞으로 목표는 4년제 대학 가정 관련학과에 입학하는 것이다. 그는 시험에 합격한 날 오는 8월 대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대비하기 위해 곧바로 기출문제집을 샀다.

그는 "수학지각, 맨틀의 구분, 별의 조도 등 지구과학이 가장 어렵고 이제 수학은 가장 자신있는 과목"이라며 "70년 가까이 살면서 학교구경조차 못했는데 대학에 입학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고 두 손을 꼭 모았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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