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샘'

입력 2005-05-10 11:02:54

정신지체 아빠의 딸 양육 과정

얼마 전 여성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만성적인 성폭력에 대한 보도는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그녀는 일단 성폭력에서 해방되었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양육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를 보육 시설로 위탁 양육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마음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왜일까.

영화 '아이 엠 샘'은 정신지체자인 아버지가 딸을 키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신지체는 지능지수(IQ)가 70이하이고, 인지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일하는 샘은 실수투성이다. 한곳에서 8년간 일을 해왔지만, 서빙 외에는 다른 일을 배우지 못했다. 그는 어른이 되어도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운 중등도의 정신지체 장애자였다.

어느 날, 샘에게 엄청난 일이 생긴다. 우연히 딸이 생긴 것이다. 엄마는 모자라는 남편과 딸을 팽개치고 사라져버렸다. 어쨌든 샘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다. 이웃 아줌마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루시는 똑똑하고 밝게 자라난다.

그러나 루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빠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아빠를 능가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루시는 학교 공부를 일부러 게을리한 것이다. 루시의 심리적 변화를 감지한 선생님에 의해 가정 문제가 사회적으로 드러난다. 지적 능력이 7세 수준인 아버지는 딸을 양육할 자격이 없다는 선고를 받고, 루시는 사회보호시설로 옮겨진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분리는 둘 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루시를 되찾을 생각으로 가득 찬 샘은 우연히 변호사 리타를 알게 되고, 법정 싸움을 하지만, 양육권을 되찾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법정에 선 샘은 마치 자폐증 환자처럼 틀에 박힌 순서를 고집하고, 약간의 변화에도 쉽게 불안해했고, 어둔한 말투,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하는 문제 해결능력의 장애, 부적절한 이해와 답변은 샘의 기능 장애를 훨씬 부각시킬 뿐이었다.

서로 헤어지지 않으려는 부녀간의 사랑, 적절한 양육을 할 수 없는 장애자이므로 부성의 자격을 박탈해야하는 현실적 판단. 아이의 지적, 정서적 발달이 적절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랑과 현명한 훈육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어느 선택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는 조건이다. 과연 어떤 선택이 현명할까.

입양된 루시는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양부모가 온갖 정성을 쏟아도 루시는 친아빠만을 그리워할 뿐이었다. 양부모의 아동 수준에 알맞은 훈육과 적절한 경제적 지지도 친아빠의 사랑을 대신할 수 없었다. 아버지일 수 없는 수많은 조건 속에서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었던 샘은 루시의 옆집으로 무작정 이사를 한다. 루시는 밤마다 아빠의 집으로 찾아간다. 샘은 커가는 딸을 혼자 감당할 수 없음을 깨닫고, 딸에 대한 독점욕을 버린다. 양부모의 도움과 친아빠의 사랑으로 모두는 오랜만에 안정감을 되찾는다.

시대나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인구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정신지체자들은 다른 사람에 의해 착취당하거나, 권리나 기회를 잃어버리기 쉽다. 우리는 마이너리티에 속하지 않은 안도감으로 너무 쉽게 칼날을 세우는 것은 아닐까.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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