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해도 표시 안나지만 하루라도 안 하면 당장 표시나는 것은?" 무슨 수수께끼 같지만 주부들은 대번 안다. 정답은 '집안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 허리가 뻐근하도록 종일 일해도 만날 본전인 게 집안일이다. 그러면서도 몸이 아프거나 하여 하루이틀만 손을 놓아도 순식간에 온 집안은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돼버린다.
◇ 가족들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게 건강상 좋다. 초고속으로 바뀌는 시대 상황 속에서도 많은 남편들은 여전히 "남자는 부엌 근처에 가지 않는다"를 금과옥조인양 붙들고 있다. 어쩌다 설거지라도 하면 한두 시간씩 해대니 오히려 번거롭다. 성적에만 매달려 있는 아이들에겐 아예 시킬 생각조차 않는다. 몸져눕지 않을 바엔 끙끙거릴지언정 혼자 하는 게 속 편하다.
◇ 그렇다고 봉급을 받는 것도 아니다. 콜슨(Coulson) 같은 학자들은 "주부의 일은 소비를 위한 사용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이지 교환 가치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다"라며 집안일을 "노동이지만 비생산적인 노동"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가족의 행복을 위한, '박애정신이 넘치는 노동'이라는 점에서 주부의 가사노동은 생산적 노동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다.
◇ 최근 미국의 구직 전문 사이트 샐러리 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는 연봉 16만4천337 달러(약 1억3천만 원) 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업주부의 일을 주당 40시간 노동 기준으로 계산한 연봉 5만4천326 달러에 60시간의 초과 근무수당 11만11 달러를 합쳐 산출한 금액이다. 주부의 일과 비슷한 일을 하는 직업인, 즉 가정부'요리사'간호사'어린이집 교사'승합차 운전기사'CEO'집 수리공 등의 평균 연봉을 적용했다. 새삼 주부의 일이 팔방미인적 재능을 요하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 자녀에 대한 애착이 세계 첫 손가락에 꼽힐만한 한국 주부들에겐 미국 주부에게 없는 역할들이 몇 가지 더 있다. '숙제도우미'에다 '고3병'까지 앓아야 하고, 맞벌이 자식들을 위해 베이비시터 노릇도 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도서관 김경희 입법정보연구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업주부의 월평균 가사노동 가치는 132만3천원, 연봉 1천600만 원이 채 안된다. 미국 주부가 우리보다 8배나 높다. 고생 많은 우리네 주부의 노고에 대해 마음의 재평가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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