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박사' 전자레인지 100배 활용하기

입력 2005-05-10 10:40:26

밥이나 국을 데우는데 전자레인지만큼 간편한 것이 있을까. 하지만 대다수 가정에서 전자레인지는 큰 쓰임새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최근 '요리가 좋아지는 부엌살림'(디자인하우스)을 펴낸 김혜경씨는 "전자파를 쬔 음식이 발암물질로 변한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지만 아직 가설에 불과하다"며 "음식 속의 물분자를 자극해 간단히 데우는 전자레인지는 잘만 활용하면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고 말한다.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우선 채소를 데칠 때 유용하다. 전자레인지로 채소를 데치면 물에 넣어 데치는 것보다 영양소의 파괴가 적기 때문. 하지만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예컨대 시금치를 데칠 때는 씻은 후 물기가 있는 그대로 뚜껑 있는 그릇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리면 물을 끓여서 데칠 때보다 빨리 데칠 수 있다. 시금치의 양이나 전자레인지의 출력에 따라 돌리는 시간이 다르지만, 보통 시금치 200g 정도라면 2분가량 돌리면 된다. 단, 양이 많을 경우 2분 정도 돌리고 전자레인지를 열어 시금치를 뒤적인 다음 다시 2분 정도 돌리는 식으로 데치면 고르게 익는다.

간편하게 달걀찜을 하기에도 좋다. 달걀에 같은 양의 물을 붓고(그릇에 달걀 하나와 반으로 쪼개진 달걀 껍데기에 담은 물을 두 번 붓고) 잘 푼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그리고 설탕을 아주 조금 넣어 달걀의 비린 맛을 없앤 다음 통깨, 실파, 실고추 등 고명을 얹는다. 이렇게 준비된 달걀찜 그릇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강'에서 3분간 돌린다.

전자레인지로 아이들 간식도 만들 수 있다. 먹다 남은 사과나 단감 같은 과일, 고구마나 연근 같은 채소를 전자레인지로 말리면 기름에 튀기지 않은 스낵이 돼 건강에 좋다. 특히 과일은 말리면 단맛이 더욱 강해진다. 방법은 과일, 채소 등을 아주 얇게 썰어서 겹치지 않게 배치한 다음 '강'으로 5분간 돌린 뒤 뒤집어서 3분 정도 더 돌리면 된다. 집집마다 출력이 다르니까 시간은 조절해야 할 듯. 전자레인지에 돌린 다음 꺼내 식혀서 먹으면 바삭바삭한 과일 칩, 채소 칩이 완성된다.

전자레인지는 유자청이나 잼을 담을 유리병 소독에도 좋다. 보통 유리병은 찜기에 소독하지만, 찔 수 없을 만큼 병이 크거나 아니면 씻어뒀지만 막상 꺼내 쓰려니 찝찔하다 싶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3∼5분 정도 돌리면 된다. 또 물수건도 따끈따끈하게 만들어 얼굴에 팩 하기 전에 사용한다. 행주 삶을 시간이 없을 때 행주에 세제를 묻혀 주무른 다음 그릇에 담아 3분 정도 돌린 후 헹궈서 말리면 간단하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에는 금속용기나 알루미늄포일을 사용할 수 없다. 금속용기나 알루미늄포일은 전자파가 식품 안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반사되면서 스파크를 일으키기 때문. 또 가장자리에 금줄이 둘러진 그릇도 사용하면 스파크가 이는 것은 물론이고 금줄이 벗겨져 흉하게 된다. 최근 들어서는 전자레인지를 이용할 때 많이 사용되는 비닐랩 대신 친환경적인 종이포일이 유기농 상점을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다.

그릇에 씌운 비닐랩이 터지면서 전자레인지의 내부 벽을 더럽히거나 냄새가 뱄을 때는 즙을 짜고 난 레몬을 전자레인지에 넣어 한 번 돌리면 냄새가 사라진다. 또 원두커피를 뽑고 난 커피 찌꺼기를 그릇에 담아 넣어두면 냄새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김혜경씨는 "전자레인지 벽에 붙은 음식 찌꺼기가 잘 닦아지지 않을 때는 그릇에 물을 넣고 뚜껑을 씌우지 않은 채 3분 정도 돌리면 레인지 내부에 수분이 남아 수월하게 닦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 전자레인지로 만들어요

◇간단 종합장아찌

양념장이 뜨거울 때 채소에 부어 만드는 장아찌. 양념장은 냄비에 넣고 끓여도 되지만 자칫 방심하면 우르르 끓어 넘쳐 주변을 더럽히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로 양념장을 만들면 그럴 염려가 없다. 무, 오이, 양파, 셀러리, 마늘, 마늘종 등 냉장고 속의 채소는 무엇이나 상관없지만 청양고추가 반드시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장아찌를 먹고 난 뒤 남은 간장 국물은 고기나 생선을 찍어 먹는 소스로 활용하면 입안을 산뜻하게 만들어 준다.

△재료=무, 오이, 양파, 청양고추, 셀러리 등 한 입 크기로 썬 것 5컵, 청양고추 5개

△양념장=간장 1컵 반, 설탕 1컵, 식초 1컵, 물 1컵

△이렇게 만들어요=1. 무, 오이, 양파, 고추, 셀러리 등을 물기를 대충 닦아둔다. 2. 재료들을 한 입 크기로 납작하게 썬다. 3. 내열용기에 양념장 재료들을 모두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서 '강'으로 5분 정도 돌린다. 4. 꺼내어 가라앉은 설탕을 한 번 저은 후 다시 '강'으로 2분 정도 더 돌린다. 5. 유리병에 재료들을 켜켜이 담은 후 전자레인지에서 양념장을 꺼내 뜨거운 상태에서 바로 붓는다. 6. 하루가 지난 후부터 먹기 시작한다. 7. 오래 두고 먹을 거라면 3일 후 간장 국물을 따라내 전자레인지에 다시 한 번 '강'으로 5분간 돌린 후 차갑게 식혀서 장아찌 병에 붓는다.

◇떠먹는 요구르트

장수식품으로 꼽히는 요구르트.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떠먹는 요구르트를 집에서 직접 만들면 시중에 판매하는 것보다 당분이 적어 몸에 더 좋다. 요구르트를 만들면서 용기에 묻은 요구르트 찌꺼기로 얼굴 팩을 하면 피부가 탱탱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가정에서 요구르트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굳이 종균을 구하지 않더라도 시판되는 마시는 요구르트 중에서 좀 가격이 비싼 고급품이면 무엇이든 발효가 잘 된다. 요구르트를 만들 때는 우유가 꼭 필요한데 기능성 우유가 아닌 저렴한 우유를 이용해야 발효가 더 잘 된다.

△재료=우유 1000㎖, 요구르트 100㎖, 과일잼 3큰술

△이렇게 만들어요=1. 우유를 유리병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강'으로 2분간 돌려서 따뜻하게 데운 뒤 요구르트를 넣어 잘 젓는다. 2. 유리병의 뚜껑을 덮은 후 보온병에 8시간 동안 넣어둔다. 3. 우유가 순두부 같은 상태가 되면 과일잼을 넣어서 잘 섞는다. 4. 3.을 냉장실에 넣어뒀다가 떠먹기 좋은 상태로 굳으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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