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던 아파트…이웃 덕에 이젠 살맛"

입력 2005-05-07 10:58:39

대구 동호지구 부녀회 경로잔치

"아버님, 어머님 만수무강하세요"

6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구시 동구 괴전동 강동중·고교 인근 근린공원에서는 신명나는 '동호지구 경로잔치'가 열렸다.

스피커에서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오자 노인들이 한두 명씩 어깨춤을 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식간에 20여 명으로 늘어난 노인들이 흥겹게 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노인들 가슴의 카네이션도 함께 흔들렸다.

구경하던 주민들의 얼굴에도 이내 웃음꽃이 번졌다.

부녀회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노인들을 안내하거나 밥과 국을 비롯해 과일, 돼지고기 등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했다.

한바탕 춤으로 땀에 젖은 이갑분(67·여) 할머니는 "자식 같은 이웃 아낙네들이 이렇게 챙겨주니 고맙다"고 했고 김춘식(71) 할아버지는 "이웃과 어울려 마시는 술맛이 일품이지만 아직 팔팔한 청춘인데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는 동호지구의 해오름아파트와 아름다운나날 1, 2, 3단지 부녀회가 함께 기금을 모아 준비한 것으로 돼지 2마리를 잡는 등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부녀회 박갑선(55) 대표회장은 "젊은 사람들도 새 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데 어르신들은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각 아파트 부녀회장단이 모여 주민화합 차원에서 행사를 마련했다"며 "준비한 600인분의 식사가 모두 동이 날 정도로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와 즐겁게 노셨다.

행사 후 남은 기금은 주위의 불우이웃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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