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내신반대 집회' 주말 비상

입력 2005-05-06 06:59:38

촛불시위 강행 예정…교육 당국 '초비상'

한 시민단체가 계획 중인 자살학생 추모집회에 내신 위주 대입 전형에 반대하는 일부 고1년생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교육당국은 그 규모를 가늠하며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사 주최측도 집회가 본래 취지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거나 예상 밖 불상사가 생길 것을 우려해 행사를 예정대로 강행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교생들 사이에 '저주받은 89년생, 7일 광화문에서 모입시다'는 등의 내용으로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가 급속히 퍼지고 있는 행사는 사단법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 개최하려는 '학교교육에 희생된 학생들을 위한 추모제'.

행사는 선배와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지난 2일 끝내 숨진 전북 S고 1학년 L(16)양 등 학교폭력이나 성적 비관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끊은 학생들을 위한 순수한 추모제로 마련된 것이다.

행사도 자살 학생에 대한 묵념과 청소년 자살 원인 등에 대한 발언, 추모 글 및 시 낭송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

"4월 한달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 10여명의 청소년이 자살을 선택했다"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통곡과 함께 불어닥친 1980년대 말 청소년 자살 현상을 보는 것 같아 더 이상 자살을 막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는 게 주최측 설명.

그러나 이 집회를 일부 고1년생들이 내신성적 반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에 대한 반대 운동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교육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내신 등급제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포털 사이트 카페는 5일 하루만 3천명 가까이 새로 가입해 지난달 30일 개설된 지 6일만에 회원이 1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시위를 하려고 뭉친 것도 아니고 전국적으로 시위한다는 소문도 다 루머"라는 운영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7일 집회에 꼭 참석하자"는 글이 쇄도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1학기 중간고사가 이번주 대부분 마무리됨에 따라 시험 준비에 몰두했던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상당수 동참하면 집회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커질 수도 있다는 게 교육당국의 예측.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학교별로 학생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추모행사를 계획중인 사회단체도 5일 휴일임에도 하루종일 행사 강행 또는 취소 여부를 논의하고 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이 대입 전형요소의 전부도 아니고 모든 과목을 다 잘할필요도 없는데 학생들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학습 부담을 줄여줄 대책을 마련 중인 만큼 길거리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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