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법 합의 의미와 정치적 파장

입력 2005-05-03 09:44:21

과거사법의 4월 임시국회 처리 합의는 우리 현대사에서 암울했던 각종 의혹사건들의 진실이 규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항일독립운동을 비롯해 광복 이후부터 근·현대사에 걸친 과거사를 재조명하는 진상규명 작업이 사상 최초로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말 통과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에 따라 친일 진상조사활동도 개시될 예정이어서 이번 과거사법 합의는 '과거사 정국'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과거사법이 통과될 경우 각종 왜곡된 과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와 가족의 명예가 회복되는 길이 열릴 전망이지만 '민감한' 현안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조사대상과 방향에 따라서는 적지않은 사회적·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년여간 첨예하게 대립해온 여야가 4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과거사법 처리에 전격 합의한 배경에는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 등을 계기로 과거사 진실규명 요구가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법안 처리를 늦추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사 진상조사는 법률안 통과후 6개월간의 법률안 공포 경과기간을 거쳐 올해말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진상조사위는 국가인권위와 같은 독립적 국가기구로 위원장 1명과 위원 1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국회가 8명을 지명하고 대통령은 4명, 대법원장은 3명씩 지명하도록 최종 합의됐다.

최장 6년간 조사가 이뤄지며 압수수색 청구권은 없지만 동행명령권과 실지조사권이 있어 나름대로 실효적 조사가 가능하다.

진상조사가 시작되면 사회적·정치적으로 상당한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사대상 사건의 상당수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5·6공화국 때 발생한 일이어서 지금도 생존해 있거나 정치권에서 활동 중인 구(舊) 여권 인사들이 포함될 수 있어 정쟁(政爭)으로 번질 소지도 없지 않다.

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에 내년 5월 지방선거와 2007년 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예정돼 있어 중립성 논란 등이 제기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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