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ㄱ(40)씨는 요즘 노후대책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직장 정년이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55세까지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은퇴 후 20~25년간 살아가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한데 노후자금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다.
그래서 ㄱ씨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두 자녀 사교육비와 자신의 대학원 학자금, 외국어 수강비 등으로 한 달 평균 70여만 원을 지출하고 있는데 생활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노후자금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ㄱ씨는 이 문제를 고민한 끝에 아내에게 사교육비를 줄이자고 운을 떼봤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주부들처럼 자녀교육에 열성인 그의 아내는 아이들한테 교육투자를 더 해도 경쟁에서 이길까 말까인데 되레 줄이는 것은 그렇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사교육비 등 지출 과중
대구은행 VIP클럽 성태문 과장이 현재의 수입·지출과 노후 필요 자금과의 격차에 대해 ㄱ씨를 시뮬레이션한 내용을 살펴보자. 30평대 아파트를 보유한 ㄱ씨의 평균 월급은 300만 원. 250만 원을 지출하며 50만 원을 적금 등으로 넣는다. 대출이자 30만 원, 아파트관리비 20만 원, 공과금 10만 원, 교통비 20만 원, 부모님 용돈 20만 원, 자녀 교육비 60만 원, 생활비 50만 원, 건강관리비 10만 원, 경조사 비용 등 품위유지비 10만 원 등이 지출 내역이다. ㄱ씨는 각각 2천만 원의 정기예금과 개인연금에 가입해 있으며 아파트 대출금 5천만 원을 제외한 순자산이 2억5천만 원선이다. 특기할 것은 지출 내역 중 자녀 교육비용이 가장 많다는 점이다.
◇지출 줄여도 노후자금 준비 역부족
ㄱ씨는 13세와 11세,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현재 물가기준 대학교육비로 7천만 원, 결혼비용으로 4천700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또 60세에 은퇴할 경우 현재 가치 기준 1억 원을 퇴직금으로 받게 되며 은퇴 이후 매월 받는 국민연금과 퇴직금을 제외하고 85세까지 25년간 부부의 생활자금으로 3억5천여만 원이 필요하다. 자녀 대학교육비와 결혼비용을 제외한 노후자금 마련에 지금부터 나설 경우 매년 2천만 원을 모아야 하는데 현재 연 600만 원을 저축하는데 그쳐 매년 1천400만 원이 부족하다. 자녀 교육비 등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이를 줄이더라도 노후자금을 모아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입이 매년 늘어나 55세까지 정점을 이룬 이후 지출이 줄어들게 되며 55세까지 모을 수 있는 자금도 늘어나게 되지만 50세를 전후해 자녀 대학교육비, 결혼비용 등으로 많은 목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ㄱ씨는 현재의 지출구조 속에서 사교육비 등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줄이면서 자녀 대학교육비를 위한 보험 가입,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변액유니보셜보험 등에 가입해야 한다고 대구은행 성 과장은 조언한다.
◇구체적 대비 않는 게 더 문제
현재의 30, 40대는 사회경제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선배세대들이 겪어야 하는 노후보다 더 냉정한 노후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노후대책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준비에 나서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적 정서상 자녀에게 많은 애정과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이는 노후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성 과장은 "대학교육과 결혼은 자녀들이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 부모들 부담이 줄어들지만 우리 정서는 그렇지 않다"며 "문제는 전에 없는 노후를 맞게 될 현재의 30, 40대들이 나중의 일로 여기고 구체적인 대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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