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유전자 분석기술 개발
"칭기스칸이 변방에서 일어나 중국과 세계를 점령한 것은 자신감과 혁신적인 사고가 바탕이 됐습니다. 우리도 좋은 아이디어를 살리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포스트 게놈 연구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유전자 기능 대량 분석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계명대 의대 박종구(47) 교수팀의 개가는 '역발상'과 '악조건'의 산물이었다. 박 교수는 1일 계명대 본관에서 개발 주역인 바이오 벤처기업 (주)웰진의 문익재·한길환 박사, 이윤한 팀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은 화학성분을 통해 인위적으로 DNA 구조를 변경시키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해 왔지만 전신 면역이 안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박 교수팀은 유전자의 질병 전이과정을 알아내는 안티센스(유전정보 차단물질)로 화학성분 보다 박테리오 페이지를 쓰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는데 착안, 5년여 간의 연구를 거쳐 보기 좋게 입증해 냈다.
박 교수 팀의 성과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부가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국의 경우 연간 200개의 유전자 기능을 규명하는데도 240억원이 들지만 박 교수팀의 성과는 1만개의 유전자를 단 24억원으로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 박 교수팀의 연구환경은 열악했다. IMF 이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투자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를 이겨내야 했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경우 매출이 없어도 상장이 가능하지만 한국 코스닥 시장은 매출 등 상장기준이 까다로워 신생 벤처기업은 사실상 상장의 길이 막혀 있다.
2000년 (주)웰진 설립 당시 20억원 자본금에 40여 명의 직원으로 출발했으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고통도 있었다. 연구비도 말랐다. 또한 수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국가에 연구비를 신청했다가 "황당하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는 수모도 당했다.
(주)웰진 관계자는 "우리 과학계에 지적 사대주의가 존재함을 알수 있는 계기였다. 만약 외국의 저명 과학자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제시했다다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며 "다행히 해외에서 연구 성과를 인정받게 됐지만 항상 재정적 압박에 시달려 왔다"고 토로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박 교수팀은 이제 미국 등 10여개 국에 30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고 조만간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관계자를 접촉할 계획으로 있다. 미국 등의 세계적인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의학기술로는 화합물 의약품의 한계 때문에 암 등 난치병을 원천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반면 핵산에 기초한 의약품은 유전자의 기능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넓어지게 된다"며 "이번 신기술은 의료 분야 뿐만 아니라 환경이나 농업, 축산 등 생명을 이용한 모든 산업에서 방대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앞으로 포스트 게놈 연구분야를 주도하는 동력이 되리라 본다"고 밝혔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사진 : 계명대 의대 박종구 교수가 유전자 초고속 대용량 분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이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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