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생각-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입력 2005-05-02 11:30:55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1774년에 간행된 작품으로 괴테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쓴 편짓글 형식의 작품이다. 베르테르가 빌헬름이라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된 이 소설은 괴테가 친구인 케슈트너의 약혼녀 샤르로테 부프를 사랑하면서 겪었던 실연 체험과, 괴테와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예루잘렘이 유부녀에게 실연당해 자살한 사건을 소재로 했다.

젊은 변호사인 베르테르는 상속 사건을 처리하러 어느 마을을 방문했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로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뜻을 거역할 수 없어 약혼자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로테의 마음을 돌릴수 없어 베르테르는 그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공사(公使)의 비서가 되어 먼 나라로 떠난 베르테르. 하지만 그는 관습에 항거하다 결국 파면되고 방황하다 로테가 있는 마을로 다시 돌아간다.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도 여전히 베르테르를 잊지 못했던 로테는 돌아온 베르테르를 예전과 다름없이 따뜻하게 보살핀다. 하지만 이런 로테의 보살핌은 그의 고독감을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결국 베르테르는 자신의 짝사랑이 로테의 행복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자살을 택하고 만다.

남녀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온 독일에 괴테의 명성을 떨치게 했다. 베르테르 모방 열풍이 불어 베르테르의 복장인 푸른 연미복과 노랑 바지를 입는 것이 유행했고, 베르테르의 화술이 널리 사용되었으며, 사랑을 이루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유행처럼 돼버렸다. 또 베르테르와 로테 형의 사랑을 갈망하며 이혼하는 사례도 흔했다고 한다.

1. 세계 문학사에서 볼 때 아름다운 사랑은 대체로 짝사랑이거나 이별, 비극으로 끝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더불어 단테의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 돈키호테의 둘씨아네에 대한 사랑은 모두 짝사랑이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못하고 죽음으로 끝난다. 위대한 문학작품 속의 사랑이 이별, 그리움, 비극으로 끝나는 이유는 뭘까?

2. 베르테르는 사랑을 얻지 못하고 죽는다. 베르테르는 자신의 존재가 로테의 행복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살을 택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행동은 옳은가? 이와 반대로 사랑하지만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수 없어 마음에 없는 남자와 결혼한 로테의 행동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까?

▲사회적 굴레 앞에 무릎꿇은 사랑

베르테르와 로테는 서로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현실에 굴복하고 말았다. 로테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약혼자와 결혼하면서 베르테르는 결국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현실 앞에 굴복하고 만 것. 서로 사랑을 확인하면서도 결혼 생활을 함께할 수 없는 아픔 때문이었다. 이런 줄거리는 사랑을 다룬 또 다른 대작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서로 너무나 사랑했지만 원수 가문의 사람과는 결혼시킬 수 없다는 양가 부모의 압력에 죽음으로 저항했다.

결국 베르테르와 로테, 로미오와 줄리엣이 넘을 수 없었던 현실의 장벽은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였다. 흔히들 사랑의 완결이라고 일컬어지는 결혼을 할 수 없게 된 사회적 현실에 손을 들고 만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사회적 계약 중 하나다. '사랑은 서로간에 공유하는 감정을 통해 행복을 맛보는 것'이라고 한다면 굳이 결혼을 통해 사회적인 허락을 구해야만 완성되는 것일까? 이런 감정의 '경험'만으로는 불완전한 사랑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랑과 배려

'사랑'에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에로스와 플라토닉, 아가페적인 사랑 모두가 '사랑'이란 감정으로 통칭되는 것은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기본으로 한다. 예를 들어 저돌적 성격의 돈키호테가 둘씨아네의 입장과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보내는 구애는 오히려 그녀에게 있어 '폭력'에 가까울 정도다. 이런 일방적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베르테르의 사랑법 역시 온전한 사랑이라고 부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베르테르는 로테와 마음을 나누기는 했지만 그녀를 끝까지 배려해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고 무책임하게 죽음을 택함으로써 로테의 삶은 엉망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사랑은 서로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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