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고 독서 교육

입력 2005-05-02 11:32:11

한 달 전 일부 언론에 우리 학교의 졸업생 280명 전원이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는 보도가 실린 후 학교는 연일 방문하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뛰어난 결과를 이루어낸 시골 학교의 교육 활동에 높은 평가와 관심이 쏟아지자 일부에서는 우리 학교가 마치 학생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영험스런 비법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대도시 학부모들의 입학과 전입학 문의가 연일 쇄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우리 학교가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이끌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지 교과 학습 활동을 통해서만 이루어내는 것은 아니다. 이 가운데서도 인성 교육과 독서 교육의 효과는 특히 높다.

우리 학교는 가톨릭 교회에서 설립한 교육 기관으로 인성 교육이라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명사들을 초청하여 학생들에게 특강을 듣게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성에 따라 지식은 선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인성 교육은 지식 교육보다 앞서 행해져야 할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몸가짐이 바르고 행동이 바르면 수업에 집중하게 되고, 수업에 집중하면 성적은 오르게 돼 있다.

인성 교육과 연계한 독서 활동도 대단히 강조한다. 학생들은 입학하면 1학년 동안은 특기적성 시간에 독서반을 통해 일주일에 2시간은 반드시 독서 활동을 해야 한다. 또 학급마다 문고를 설치해 모든 학생들이 언제든지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모든 교과에서 필독서를 선정해 학생들에게 권장한다.

학생들은 누구나 독서 일지를 준비해서 읽은 책에 대한 다양한 독서 후 활동을 하게 된다. 책의 종류에 따라 독서 일지의 기록 형식도 달라진다. 독서 일지 작성이 끝나면 독서 지도 교사의 확인을 받게 되고, 관련 교과 교사는 이를 토대로 수행 평가에 반영한다.

독서 관련 동아리의 활동 또한 활발하다. 독서 후 책의 내용과 시사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동아리로 '카타르시스'가 있으며, 시를 창작하고 발표하는 문학 동아리로 '학촌'이 있다. 이들은 여름이면 문학 기행을 떠나고, 겨울이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2007년이 되면 학생들의 교과목별 독서활동 상황을 학교 생활 기록부에 기록하고 대입 전형 자료로도 활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우리 학교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독서 활동을 인성 교육 차원에서 3년 전부터 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 활동은 결과적으로 학습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양한 서적을 읽음으로써 사고력, 추리력, 분석력, 종합력을 키우고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 변화 추이를 보면 대부분 보통 정도의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상급 학년으로 진급하면서 학력 수준이 급격히 높아져 대도시 상위권 학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저학년 때의 집중적인 독서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확신한다.

한 달여 동안 언론과 교육계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으며 엄청난 부담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바깥에서 보고 평가하는 만큼 내실 있고, 학생과 학부형이 바라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자성해 본다.

김대성(대구가톨릭대학교 사범대학부속 무학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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