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식·강복녀 부부 이색 전통혼례

입력 2005-05-02 10:02:35

"세 번 식 올리면 백년해로"

"행~영서례(사위가 신부집 앞에 도착), 행~전안례(신랑이 기러기를 장인에게 바침), 행~교배례(백년해로 서약), 행~합근례(술을 따라 마심), 행~각종기소(각각 처소로 들어감)···."

휴일인 1일 오전 영주 선비촌 두암고택에서 60대 노부부가 전통혼례를 올리는 이색 행사가 펼쳐졌다.

봄 기운 완연한 선비촌에 마련된 초례청엔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이복식(65·울진 후포)씨와 강복녀(62)씨를 비롯해 홀기(진행), 집사, 수모, 하객들로 북적댔다.

홀기를 맡은 송택동(48)씨의 낭랑한 목소리로 결혼식은 시작됐다.

예복을 차려입고 연지·곤지를 찍은 60대 신부는 어색한 웃음으로 신랑을 맞았다.

선비촌에 나들이 온 관광객들도 하객으로 나서 결혼을 축하했다.

초롱둥이(청사초롱을 든 아이), 기럭아비(기러기 든 사람)는 없었지만 급조된 장인·장모(숙박 체험객)가 나서 사위를 맞았다.

신랑은 들고 온 기러기를 장모에게 바치고 절을 두 번 올려 예를 갖췄으며 신부는 잘 차려 입은 한복을 입고 혼례상 앞으로 들어섰다.

수모(신부 옆에서 절을 도와주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절을 하는 신부의 어색한 몸짓과 표정에 하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결혼식 후 신랑각시는 각자 방으로 향하고 집사(신랑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와 수모는 대례상 위에 있던 토종닭을 날리며 관람객들과 함께 덕담을 전했다.

"아들 딸 열둘 낳아 천년만년 잘 살아라."

이날 결혼은 이들 부부의 세 번째 결혼식. 신부 강씨는 "부모님 상중에 결혼식을 하느라 사모관대와 족두리를 못 써 본 것이 한이 됐고 세 번 결혼하면 백년해로한다는 어떤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이번에 결혼식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내년에 있을 딸 결혼식도 전통혼례로 올릴 생각"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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