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세이-두 얼굴의 일본인

입력 2005-04-30 09:17:33

영국에서 안식년 연구를 하면서 일본인들이 해외에서 이미지 관리에 상당히 많이 노력해 왔음을 느꼈다.

내가 처음 만난 영국인들 중 "일본인인가요 아니면 중국인인가요?"가 아닌 "한국인인가요?" 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난 한국인입니다.

한국이란 나라를 모르십니까?"라고 되물으면 "아, 88 올림픽 개최했던 나라이지요?"라고 말한다.

영국인들은 일본인에 대해 상당히 호감을 갖고 있다.

일본사람들은 예의가 바르고 깨끗하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일본인들이 한국뿐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들을 침략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의도적인 해외홍보를 많이 해왔다.

예를 들면 영국 도서관에 있는 세계지도에는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된 지가 오래다.

일본인들의 제국주의 근성은 무엇인가? 한 예로, 일본이 세계 각 대학에 문부성 초청 장학생 선발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다.

학부 학생이나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하되 아주 풍부한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일본 국가기관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면서 해외 각지에 있는 대학에 이런 문서를 보내겠는가? 그것은 바로 일본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일본의 정신을 세계에 심어 세계 속에 큰 일본을 건설해보겠다는 야욕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국제학회에 참석차 일본의 어느 떡가게에 들러 한참을 구경하다가 떡을 사지 않고 그냥 나왔는데도 종업원 모두가 180도 허리를 굽혀서 "감사합니다"라며 필자가 가게를 나올 때까지 연신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친절한가? 손님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도 미래의 영업을 준비하는 자세이다.

영국의 각 대학에 중국어, 일본어 강좌는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한국어 강좌는 소수의 대학에만 개설되어 있다.

영국의 전역에 일본 식당은 어디를 가도 발견할 수 있으나 한국인 식당은 런던의 코리아타운인 뉴 몰던(New Malden)에만 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코리아타운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살고 있어서 생활하기가 편리하지만 지방에는 불편해서 가게 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나 개인만 생각했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장래를 내다보는 개척정신은 전혀 없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본인들의 준비성은 최근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데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국이 왜 사생결단으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막으려고 하는가? 그것은 바로 일본의 제국주의 근성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은 해외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가? 최근 TV에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인들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인들은 충직하고 예의 바르다.

그러나, 매우 감정적이어서 때로는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표출된다.

" 우리는 이 감정적인 정서가 정으로 흘러 아픈 기억들을 쉽게 망각하지나 않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이다.

게다가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주의적인 면으로 흘러가버리면 국가의 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일본인들을 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다.

그들의 개인의 이익과 감정을 배제한 오직 국가만을 위하는 일본인들의 근성을 배워야 할 때이다.

우리도 일본처럼 내일을 바라보고 준비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

세계에 한국을 홍보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일본이 해외홍보용 책자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고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 영토의 일부라고 소개할 때 우리는 여태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우리가 독도를 분명히 지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자기나라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일본 학생들이 사용하는 역사 교과서에 자기네 땅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일본의 망언에 흥분만 하고 있을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는 노력을 시작할 때이다 홍진옥 인제대 영어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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