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의대 박종구 교수팀(유전공학)과 (주)웰진이 개발한 LC형 안티센스 (LC-antisense)를 이용하는 초고속 대용량 유전자 기능분석 기술로 우리 나라는 포스트 게놈 연구분야를 주도할 독자적 시스템을 확보하게 됐다.
◇어떻게 분석하나
안티센스 물질은 유전정보 흐름의 중간체인 전령 RNA(mRNA)에 선택적으로 결합, 유전정보 흐름을 차단하는 물질로 분자 치료제 개발 및 기능 유전체학의 핵심적 소재다.
이 때문에 지난 25년간 학자들의 집중적인 연구개발 대상이 됐다. 초기의 1, 2, 3세대 안티센스 물질은 구조적으로 취약하거나 부작용이 생겨 실용화가 어려웠다. (주)웰진과 박 교수팀은 이 같은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개선한 제4세대 안티센스 기술인 리본 안티센스를 개발한 데 이어 제 5세대 안티센스인 LC-안티센스 기술을 개발, 기능 유전체학(포스트 게놈)의 연구개발에 전기를 마련했다.
LC-안티센스는 한가닥 DNA 게놈을 가지는 박테리아페이지를 활용해 배양 제작한 것으로 일반적인 안티센스 분자보다 길이가 훨씬 길고 자연적인 핵산으로 구성돼 안티센스 분자가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많은 수의 안티센스 분자를 가진 집단을 쉽게 제작할 수 있게 돼 포스트 게놈 연구에 유용한 유전자 발굴에 소요되는 시간을 현저히 단축할 수 있다.
유용 유전자의 발굴과 관련된 지적소유권의 확보는 각국마다 막대한 연구 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01년, 미국의 인간게놈 연구 기본 결과가 발표됐을 때 향후 게놈연구 완성기간이 30~5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 바 있다. 포스트 게놈 연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유전자 기능의 신속한 대량 분석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번에 개발한 LC-안티센스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함께 유전자 기능분석을 대규모로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 간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한 53개의 유전자를 1천200개의 일차 분리된 유전자 그룹에서 일괄 발굴했다. 이는 지금까지 유용 유전자를 한 개씩 발굴했던 방식을 현저히 개선한 것.
박 교수와 (주)웰진은 4만 개의 각각 다른 분자를 가진 방대한 안티센스 집단의 구축과 대량생산 시스템을 고안해 올해안에 안티센스 대량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량 생산된 LC-안티센스는 특정한 생물학적 기능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에 적용, 질병관련 유전자군의 일괄 발굴을 가능하게 한다.
◇게놈 프로젝트가 가져올 변화
'게놈 프로젝트'가 끝나게 되면 인간의 유전자를 암호화하고 있는 30억 개의 염기서열로 만들어진 긴 DNA서열을 규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불가침으로 여겨졌던 생명체의 신비가 담긴 상자를 열 수 있는 만능열쇠를 손에 거머쥐게 되는 것이다. 게놈 프로젝트가 가져올 변화로 인해 인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맞게 된다.
암과 같은 각종 질병(특히 유전병)의 퇴치는 물론이고 대머리, 이상비만과 같은 외모를 조기에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경찰은 범죄 현장에서 한 방울의 혈흔을 이용, 범인을 색출해 낼 수 있고, 개인은 자신의 장기가 손상하였을 때를 대비해 자신에게 맞는 장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 감기약을 지을 때도 자신의 몸에 부작용이 없는 자신만의 약을 만들어서 복용할 수 있고 앞으로 자신의 몸에 어떠한 병적 위험이 닥칠 것인지를 미리 알아서 대비할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의 연구
최근 전 세계적인 공동연구와 선진 각 국의 개별연구로 30억 개의 인간 염기서열을 비롯한 동식물, 미생물의 게놈 정보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게놈 정보들은 의료 및 제약산업, 농업, 식품산업, 환경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 활용된다.
향후 포스트 게놈 시대의 연구경쟁은 누가 먼저 게놈정보라는 무한한 자원을 갖고 유용한 유전정보들을 대량으로 신속히 발굴, 지적소유권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의약 및 생명과학 시장의 주도권을 좌우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국가 및 기업들은 무한 경쟁에 돌입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축적된 방대한 양의 게놈 정보로부터 유전자의 기능을 대량으로 분석하고, 이들의 기능적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외 연구진들에 의해 개발된 관련 기술들은 유전자 기능분석의 속도성, 결과의 불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한국은 그동안 인간 게놈프로젝트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 게놈연구를 추진하는 사업단이 출범한 것은 1996년에 이르러서야 이뤄졌다. 하지만, 생명공학의 원천인 유전자 기능분석에서 박 교수팀의 성과에 따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신속하고도 체계적인 지원이 있을 경우 국내 생명과학 연구는 물론 첨단 제약산업 발전의 기초인 원천 유전자에 대한 대규모 물질 특허확보에서 유리한 지위를 갖게 됐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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