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벤츠 지음/ 푸른역사 펴냄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는 실로 다양하다. 탈무드의 지혜로운 민족이니 노벨상 수상자를 수없이 배출한 뛰어난 민족이니 하는 찬사로부터 '악랄한 고리대금업자', '미국 네오콘의 배후세력' 등 격렬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극단을 오가며 확산돼 있다. 그러나 유대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악의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는 인종학살이라는 끔찍한 폭력으로 발전한 유대인 혐오의 역사를 미시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유대인 혐오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반유대주의는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대교도들이 기독교로의 개종을 거부하며 예수 이전의 신앙을 고집하자 기독교도들의 포교적 사명감은 증오로 돌변했다. 유대인에 대한 저주와 사회적 격리는 '개종의 열정'이 좌절된 데 따른 반작용인 셈이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교회, 민간에 유포된 이야기, 각종 조형물을 통해 전래되고 확산됐다. 나아가 19세기에 등장한 근대적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의 부정적 특성을 유전적인 것으로 설명하려는 사이비과학과 인종주의를 바탕으로 유대인 혐오를 정당화했다.
특히 1차 세계 대전 이후 히틀러를 포함한 극우주의 선동가들은 패전이나 경제 공황 등 부정적 현상의 책임을 유대인에게 전가했다. 이를 통해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조장했으며 인종주의에 기초한 독일의 반유대주의는 결국 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대학살로 귀결됐다. 저자는 또 안네 프랑크의 상품화된 신화에 대해서도 짚어내 눈길을 끈다.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10대 소녀의 순수한 일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드럽게 이미지화한다는 것이다.
장성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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