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외풍…검찰 '손놓고 있을 수야'

입력 2005-04-28 10:57:32

경찰 수사권 독립·공수처·사법제도 개혁 등 '초비상'

경찰 수사권 독립 요구, 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 추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검찰 수사권 제한 논의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검찰이 초비상이다.

이 같은 사법정책은 검찰의 수사방식과 지위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검찰이 대응방안에 부심하고 있다.사개추위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내용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검사나 수사관이 법정에 출석해 수사과정의 진술내용을 증언하면 증거로 채택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초안을 최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검사가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없고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공판 전에 수사서류와 증거물 대부분을 피고인 측에 공개토록 하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이 방안은 단기적으로 현행 수사 및 공소유지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는데다 장기적으로는 검찰의 지위가 배심제 국가처럼 기소와 공소유지만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은 27일 정상명 차장 주재로 긴급 수도권 검사장 회의를 연데 이어 조만간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대세인 공판중심주의가 급격하게 사개추위의 안대로 간다면 검찰 수사의 축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또 검찰은 대통령이 최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이 갖고 있는 제도 이상의 권력은 내놓아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이 경찰 수사권 독립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구지검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의 공명정대성에 대한 일반적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면서도 내심 검·경간에 벌어지고 있는 수사권 독립 공방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속이 편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전임 송광수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으며 현행 수뇌부도 "검찰이 행정부가 결정한 사안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박상길 대구지검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사견을 전제로 "수사기관의 중복에서 오는 업무 비효율성과 과도한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구지검 한 검사는 "검찰의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심판대에 올려놓고 자꾸만 뒤흔들고 있다"며 "국민들의 성원을 받는 길은 부정부패 척결밖에 더 있느냐"며 고강도 사정을 통한 검찰위상 확립을 주장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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