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 이곳!-역전 허용 실책성 수비

입력 2005-04-27 09:38:29

삼성이 2대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1, 2루의 LG 공격.

전날까지 0.382(68타수 26안타)로 타격 3위에다 득점권 타율이 0.467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왼손타자 이병규가 타석에 들어섰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89개의 적은 투구수였지만 8회들어 잇따라 2안타를 허용하고 있었다.

선동열 감독은 교체를 고려하다가 믿을 만한 왼손투수가 없어 이병규까지만 밀고 나간 뒤 박석진을 중간 계투로 올릴 계획이었다.

안타 하나면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야구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초구는 몸쪽 꽉찬 직구 스트라이크. 배영수가 2구째 셋 포지션하는 도중 이병규가 타임을 요청했다.

40대의 한 관중은 일어서서 "투수가 투구 동작까지 들어갔는 데 왜 타임을 받아주느냐"며 심판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다시 투구 동작에 들어가는 순간, 이번에는 포수 진갑용이 타임을 요청했다.

배영수와 사인이 잘 맞지 않은 때문. 진갑용은 배영수에게 다가가 잠시 속삭인 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왔다.

볼 하나하나에 6천여 관중들은 탄식과 환호을 번갈아 쏟아냈다.

특히 4구째 이병규가 때린 볼이 왼쪽 폴 인근에 떨어지는 파울이 되자 관중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 일어서기도 했다.

볼 카운트 2-1. 5구째 배영수의 143km짜리 몸쪽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린 것을 이병규는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강한 타구는 센터쪽으로 날아갔고 중견수 박한이는 앞으로 달려오다 볼이 왼쪽으로 휘자 엉거주춤하게 점프를 했지만 글러브에 들어갔던 볼이 뒤로 빠지며 싹쓸이 역전 2타점 2루타로 연결됐다.

타구 방향을 잘못 판단한 박한이의 실책성 수비였다.

배영수는 일그러진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왔고 박한이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후 삼성은 LG의 마테오, 이종열에게 홈런을 맞는 등 8회에만 8실점하며 무너졌다.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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