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32)복지부 의료기관 평가는 시대적 요구

입력 2005-04-26 11:37:59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국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7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료기관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등수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각 부문별 점수(A'B'C'D)가 공개돼 사실상 전국의 종합병원을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운 셈이다.

복지부는 이번 평가에는 의료기술 수준에 대한 항목은 없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은 병원이 반드시 의료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병원 평가 결과를 처음으로 국민에게 공개한 것이어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언론이 평가의 한계점을 설명했지만, 상당수 국민들과 병원들의 반응은 민감하다. 국민들 입장에선 지금껏 좋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나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그 판단 기준으로 삼기 쉽다.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좋은 점수를 받은 병원은 이를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반대의 병원들은 평가의 의미를 축소하려 하지만 마음이 편치않은 상태이다. 대구, 경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발표 후 바로 병원 인근에 '자축 현수막'을 내건 데 이어 신문광고도 했다.

반면 지역에서 중위권을 유지한 경북대병원의 한 교수는 "이번 평가에서 수술 성공률, 감염률, 수술 후 재발률 등 의료 기술의 수준을 평가하는 항목은 없었다"며 "시민들이 평가 결과를 확대 해석하지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결과가 의료의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대형 병원들이 전국의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 환자들이 '서울행'을 가속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병원계의 '빅 4'인 세브란스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먼저 평가를 받는 바람에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 건수가 280건에 이른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기관 평가가 비록 의료진의 임상 수준이 제외된 것이지만 병원들을 등급화, 서열화해 의료체계에 심각한 훼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평가 방법을 개선하지 않으면 평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의료에 대한 환자의 욕구가 높아지고 있고, 의료기관 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평가와 그 결과의 공개는 시대의 요구이다. 평가 과정과 결과를 놓고 말들이 많지만 평가 과정 자체가 병원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진료 시스템이나 환자 서비스에 대한 개선을 유도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 의료수준에 대한 평가까지 곁들여졌으면 좋겠지만 이에 대한 기준 마련과 공감대 형성에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왕 시작한 평가는 계속돼야 한다. 이젠 환자들도 병원의 속을 좀 들여다볼 시기가 됐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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