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헬스 프로젝트-(12)만성 간염

입력 2005-04-26 11:42:45

소리 없이 다가와 치명적 합병증 유발

간염은 말 그대로 어떠한 이유로 간세포에 염증과 괴사가 생기는 질환이다. 이 중 간염의 원인과 간 기능의 이상이 3∼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만성간염이다. 만성간염 자체로는 생명에 위협을 줄 만한 그 어떤 징표도 없다. 하지만 B형 바이러스, C형 바이러스, 간 경변 그리고 간 세포암이란 단어와 직결되면 감염된 환자의 일부에서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 간염은 전염에 의한 B형, C형 바이러스 감염 외에 지나친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간염, 당뇨병, 편식과 동반된 적절한 섭생관리의 부재에 의한 대사성 지방간염, 각종 섭취물이나 약물에 의한 중독성 간염과 드물지만 자가면역성 간염, 윌슨씨병과 같은 유전성, 혈관질환성 등 여러 가지 원인과 관련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간염은 바이러스 간염이다. 바이러스 간염은 완치가 어렵고 만성화돼 간 경변과 간 세포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B형 또는 C형이라는 이름의 만성 바이러스 간염 중 B형은 30여 년 전 개발된 예방 백신이 등장한 이후 과거 인구의 7~10%였던 감염률이 20세 이하에서는 떨어지기 시작해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예방백신이 없고 전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C형 간염은 일단 급성 감염 이후 70~80% 이상에서 만성화 되며 감염률도 상대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C형 간염은 앞으로 일본이나 일부 서구국가에서처럼 B형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지방간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간 경변을 일으킬 수 있는 만성 간 질환의 중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그 빈도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서구의 주요 만성 간 질환, 간 경변의 원인으로 잘 알려진 알코올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지방간, 만성 간염과 간 경변의 주요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만성 바이러스간염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원인들이 수 년, 수십 년 이상 간세포에 크고 작은 손상을 일으키고 재생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간 조직에 섬유화(정상 세포가 아닌 불순물 증식)와 무질서한 재생 간세포의 결절(망울)들로 인해 흉터 조직이 생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간이 위축되고 서서히 굳어져 가지만 정작 환자 자신은 못 느낀다.

또 정상적 기능을 가진 세포 수가 줄고 간으로 통과하는 미세한 정맥이 변형, 폐쇄, 압박 등으로 식도, 위장관, 비장 등에서 간으로 유입되는 문맥혈류의 장애로 여러 가지 동반 합병증이 생긴다. 이 현상이 바로 간경변이다.

많은 사람들은 간 경변이 단시간 또는 일시에 간이 굳어지는 '경화' 현상으로 알거나, 간의 일부만 굳어지므로 절제수술을 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간염이나 간 경변은 그 원인이 일부 간세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간이란 장기 전체에 걸쳐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상태는 궁극적으로 간 이식만으로 완치될 수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환자의 대부분은 간세포에 손상이 동반되며 진행성일 경우 장기간의 예후를 보면 생존기간 중 절반 이상에서 임상적으로 뚜렷한 간경변증이 나타나게 된다. 이 중 일부 환자에서는 간 세포암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20세 이상 성인 만성 바이러스성 간 질환 환자의 70% 이상은 B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50~70%는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 집안 내 감염에 원인이 있으며, B형 바이러스는 태생기나 영'유아시절부터 감염되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성인이 B형 급성 간염에 걸렸을 때는 완치율이 높고 만성화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B형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급성 간염처럼 보여도 이미 잠복된 만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에게서 나타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염을 예방하려면 영'유아때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이 우려되면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면역조치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이헌주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만성간염은 당장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간경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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