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고래밀렵 현장을 가다

입력 2005-04-23 11:15:36

경북 동해안은 요즘 어수선하다. 지난 19일 포항시 대보면 대동배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에서 불법포획 흔적이 발견되면서 당국이 단속활동에 들어간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불법 포획된 고래가 비밀리에 수천만 원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이 고래에 창 같은 불법 어구에 찔린 상처가 12군데 발견됐고 "정밀조사 결과 2∼6개월 전 무언가에 찔린 흔적이 확실하다"고 발표된 것. 이에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역시 밀렵꾼들의 불법 포획 시도가 또 한번 확인된 것"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지난 6일 울산에서 고래포획과 관련, 4명이 구속됐고 지난해 12월에도 포항에서 10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해 고래의 불법 대량유통에 대한 심증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이에 해양경찰이 단속에 들어가자 수산업계에서는 긴장하고 있다.

해경이 파악하는 밀렵꾼들의 행태는 대강 이렇다.

고래잡이 전문가 3, 4명이 소형어선을 타고 고래 출몰 지역으로 가 길이 4∼5m짜리 작살을 이용, 고래를 잡은 뒤 곧바로 배에서 해체한다. 이어 해경의 어선검문이 없는 항을 통해 고래를 내려 냉동차를 이용, 소비가 많은 인근 대도시로 운반한다. 파출소 없는 항은 어촌 계장이 어선을 검사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또 감시대상 어선들은 고래고기를 부유에 매달아 바다에 띄워 놓으면 다른 어선이 육지로 운반하기도 한다. 이런 고기는 그물에 걸려 호흡을 못해 죽은 합법적인 고래고기에 섞어 팔거나 아예 전문식당으로 팔려가기도 한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전문 밀렵꾼들은 작살 한두 방으로 고래를 잡는다"면서 "10여 곳의 상처로 보아 '바다의 로또'를 노린 비전문가인 일반 어민의 소행 같다"며 불법포획의 확산 조짐을 우려했다. 지난 1986년 국제포경협회에서 생태계 보존을 위해 고래포획을 금지한 지 올해로 20년. 위기에 처한 밍크고래 보존을 위해 해경의 지속적인 수사에 앞서 어민들의 자각이 절실한 시점이다. 포항·박진홍기자 pjh@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