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부모되기

입력 2005-04-23 11:22:50

5살난 아들이 치명적 희귀병 ALD에 걸려 곧 죽게 된다는 비보를 접한 오돈 부부.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직접 그 병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심포지엄을 여는 등 갖은 애를 쓴끝에 마침내 직접 특효약을 개발한다. 실화 영화 '로렌조 오일'(1992년)은 그렇게 자식을 위해 헌신한 부모의 이야기다.

쪊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에게 제53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어둠 속의 댄서'도 지극한 모성애를 다루었다. 미국으로 이민와 공장에서 일하는 체코 여인 셀마는 시력을 점점 잃어 실명할 처지에 이르지만 같은 증상을 앓는 아들이 13살이 되기 전에 눈을 고쳐주겠다는 소망 하나로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실명하여 해고된 셀마는 아들의 수술비를 훔쳐간 이웃 남자에게 총을 겨누게 되고, 사형대에 오른다. 두려움에 떠는 셀마에게 친구가 아들의 안경을 쥐어주며 수술은 잘 됐다고 말해준다. 셀마는 아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노래로 들려주며 최후를 맞는다.

쪊동양이나 서양이나 사람 사는 곳 어디에서든 부모는 그런 존재다. 자신은 삭신이 으스러져도 자식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오만가지 시름도 녹아버린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의 일부 부모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한다. 무늬만 부모일뿐 야차(夜叉)나 다름없는 가짜 부모들 때문이다.

쪊12살난 초등학생 딸이 도벽에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14일간이나 감금한채 마구 때리고 굶겨 결국 숨지게 엄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딸을 위해 조금이라도 고심했더라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자기 분을 참지 못했던 탓이다. 20대 젊은 아버지가 이혼한 아내에 대한 복수심으로 3년전 당시 5살짜리 딸과 4살짜리 아들에게 엽기적으로 성적 학대를 한 사건 앞에선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런 아버지가 너무도 멀쩡한 직장인이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쪊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부모가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채 그냥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은 정원과 같다(A Home Is Like a Garden)'고 했다. 사랑과 관심으로 손질하면 아름다운 정원이 되지만 내버려두면 금방 잡초로 뒤덮인다. 행복한 가정,아름다운 가정은 정원사인 부모의 노력에 달려있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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