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시어머니 봉양 하루해가 짧아요"

입력 2005-04-22 15:44:53

제48회 '보화상'에 김숙이씨

"아이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디 이런 상을 받게 돼 부끄럽심더."

올해 보화상을 수상하게 된 김숙이씨는 대구시 최고령자인 이상금(107'여) 할머니를 시어머니로 모시고 있다. 새댁살이, 시집살이를 벌써 50년 가까이 하고 있지만 오늘도 노환으로 고생하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매일 함께 산책을 한다. 수시로 마사지를 해드리고 이곳저곳 씻겨드리다 보면 하루해가 훌쩍 지나가지만 그 한결같은 효성을 잃지 않아 이웃주민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애들때문에 살았지요. 영감은 미워죽겠어도 애들은 아주 이뻤답니다." 꽃다운 스물 한 살 때 얼굴도 모르는 남편(72)과 중매로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은 결혼 후부터 도박에 빠졌고 바람도 피우기 시작하면서 가족을 돌보지 않았다. 곧 빈궁해졌고 집 규모를 자꾸 줄여가며 이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살림살이도 힘겨운 김 할머니가 공장일, 밭일, 파출부로 나서 식구를 부양하게 된 것도 그 때였다. 남편이 많이 미웠지만 큰 아들이 있었고 곧 두 딸까지 갖게 됐다.

"그 때 고생 말도 못합니다. 그때 나는 바보였어. 남자들은 원래 그렇게 하는갑다. 내가 돈을 벌어야 쓰는갑다 했지요." "그래도 다들 건강하게 잘 커줘 지금은 시집, 장가 다 갔지요. 큰 아들은 사업하고 작은 것은 세무소 사무실에서 일 합니더. 두 딸내미도 시집 잘 갔어요."

김 할머니는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면서도 시어머님을 철석같이 따른다. 주위의 소외된 이웃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뭐 하나 내줄 것 없나'하고 집안을 둘러본단다. 어렵던 그 시절이 자꾸만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뭐 소원이 있겠습니꺼? 우리 어무이 오래오래 사시고 아들'딸이 손주 낳고 오래오래 사는기제."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 제48회 보화상 시상식이 22일 오전 11시 재단법인 보화원(이사장 조광제) 회관에서 김숙이(65'여'대구 서구 비산1동)씨 등 모두 25명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 명단

△보화상=김숙이

△효행상=조진구(47'달서구 상인동) 박태수(57'남구 대명동) 백상영(46'영덕군 영덕읍) 배동진(66'여'동구 신암동) 김성희(52'여'북구 동천동) 문계순(52'여'포항 북구 용흥동) 박방자(62'여'김천시 개영면) 임순금(56'여'구미 공단동) 박희자(65'여'군위군 부계면) 김예동(64'여'영양군 일월면) 시정자(79'여'고령군 성삼면) 홍화숙(54'여'예천군 호오면)

△열행상=이태권(57'여'달서구 상인동) 이귀조(76'여'달성군 구지면) 신위교(62'여'영덕군 창수면) 정기연(76'여'고령군 다산면) 오경희(74'여'영양군 입암면)

△선행상=최중석(41'수성구 신매동) 박순만(58'여'중구 남산동) 김도연(58'여'동구 신암동) 이해란(66'여'경주시 황용동) 은옥화(58'여'군위군 효령면) 배조순(50'여'의성군 의성읍) 예순자(53'여'청도군 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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