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창업=아이디어 8할+경험 2할

입력 2005-04-22 09:25:45

백재성씨 28세 사장 되기

백재성(28)씨는 젊은 사장님이다.

또래 중에는 입사원서를 들고 이 기업, 저 기업 뛰어다니는 친구도 많다.

하지만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입사원서 대신 CEO 명함을 건넨다.

어른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리가 아니냐는 물음도 많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고 했다.

4천만 원을 투자,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회사라는 대답과 함께.

'백재성 스튜디오(Studios)'가 그의 회사 이름이다.

지난해 8월 대구 남구 대명동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옛 계명전문대 터) 건물 안에 사무실을 냈다.

모르는 사람들은 "사진관이냐"는 질문도 던진다.

스튜디오란 이름 때문이다.

회사 이름은 흔한 듯 느껴지지만 백씨가 만들어내는 '제품'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급속하게 떠오르고 있는 게임 제조업체에 음악과 음향을 납품한다.

게임을 할 때 들리는 배경음악과 음향이 그의 손에서 나온다.

지난해 8월 창업 이후 그랜드체이스(게임전문업체 KOG가 만든 대전액션게임) 등 6건의 게임 음악·음향 프로젝트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올린 매출은 5천여만 원. 아이디어 산업인 만큼 매출 대비 마진율이 90%에 이른다.

올해도 벌써부터 3천만 원어치 주문을 따내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가장 큰 프로젝트는 대만의 유명 영화배급업체인 요시랜드가 만드는 온라인 게임에 배경음악·음향을 공급하는 것.

"올해 연간 1억 원 매출은 무난할 걸로 보입니다.

문제는 인력이에요. 저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어 프리랜서 형태로 3명의 직원을 두고 있습니다.

일감이 늘어나면 한편으로 매출이 늘어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손이 모자라 걱정입니다.

이 분야에 경험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거든요."

그는 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오랜 준비를 했다.

고교 시절 음악과 친해지기 위해 기타를 배웠고, 영남이공대 재학 시절엔 대학가요제에도 나가 봤다.

음악을 더 알기 위해 '국방의 의무'까지 기회로 활용했다.

음악 지식이 짧았지만 군악대 시험에 도전, 국방부 군악대에 작곡 특기병으로 들어갔다.

그 덕분으로 사실상 까막눈이었던 작곡에 눈을 떴다.

선임병, 후임병들로부터 다양한 음악적 지식을 전수받은 것. 대다수 동료들이 서울대 작곡과 출신이었다.

"제대 이후 당장 창업에 도전하기는 힘들었어요. 돈도 없고. IT시장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었으니까요. 이왕 이 분야에 나선 것, 밀어붙이자고 생각해 학교도 중퇴하고 멀티미디어 서비스 업체에 취업해 약 3년 동안 경험을 쌓았습니다.

"

직장생활을 통해 모은 돈으로 창업이 가능했다.

디지털산업진흥원이 그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믿어준 덕분이다.

보증금 150만 원, 월세 50만 원이라는 좋은 조건으로 사무실 임대가 가능했다.

앞으로 백씨는 게임음악·음향을 넘어 영화음악에 도전할 계획이다.

최근엔 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 즉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게임 음악·음향도 납품하고 있다.

"창업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죠. 젊은 사람들은 돈이 없잖아요? 아이디어, 그리고 아이디어를 상업화할 수 있는 경험을 쌓고 관련 지식을 충분히 축적한다면 20대 창업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습니다.

" 053)653-3513.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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