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인면 읍천리 전순자씨

입력 2005-04-21 15:24:33

복사꽃에 둘러싸인 과수원집

경산 자인면소재지를 지나 대창 방면으로 조금만 달리다 보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아찔한 자태를 맘껏 뽐내고 있는 복사꽃 사이로 우뚝 솟은 언덕 위의 하얀 집. 꼭 예전 동화책 속에서나 살았음직한 집이다.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신데렐라일까, 백설공주일까. 파랑새를 찾아 떠난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의 심정으로 언덕을 올랐다. 집으로 가는 길은 온통 복사꽃 천지다. 홍조를 띤 꽃잎이 바람에 떠밀려 눈길을 떨구는 모습에서 이방인의 방문에 부끄러워하는 새색시의 얼굴이 겹쳐진다.

집 앞 정원에 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은 아름다움으로 더욱 화장을 했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복사꽃과 자인면소재지는 형형색색의 실로 곱게 수를 놓은 듯 했다. 취재진을 반기는 집주인 전순자(52·여)씨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하다. 좋은 경치를 365일 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자인면 읍천리 전씨의 집은 지진·태풍·공해 방지, 경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어 요즘 전원주택 마니아들이 선호하고 있는 스틸하우스이다. 스틸하우스는 이외에도 장점이 많다. 우선 육중한 콘크리트나 벽돌집에 비해 가볍고, 균열 등 기초공사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

통풍이 잘돼 장마철 곰팡이나 습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일반 집에 비해 단열 효과도 뛰어나다. 또 외장재로 드라이비트를 써 언제든 페인트로 개보수가 가능하다. 경제적이면서 집이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는 비결인 셈이다.

이 집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과수원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좋은 전망은 덤으로 얻었다. 대구 도심에 살던 전씨는 지난 2002년 이 곳을 발견하고 한눈에 반해 이사 왔다고 했다. "반야월 능금과수원 집에서 살던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어 너무 좋았어요. 복숭아, 살구, 대추가 한데 어울린 풍요로움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가 없지요."

과수원집이라는 컨셉을 살리기 위해 정원 한편에 나무로 만든 원두막을 모셔다 놓았단다. 원두막 위에 앉으니 절로 시 하나가 떠오른다. '복사꽃 흐드러진 날/저물어 가면/수밀도 그 부드러운/한여름 밤의 원두막/옷이랑 벗어 흙에 스미고/까투리마냥 기어서/서리하던 날이/복사꽃 그늘 아래 날리는 기억.'

또 집주인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집 가까이에는 자동차가 없다. 대개 전원주택은 집 앞이나 옆에 바로 차를 대는 식이다. 생활의 편의를 위해서. 하지만 전씨는 집 아래 잔디와 돌계단을 지나 50m 떨어진 곳에 차를 대도록 했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집 안에 들어서면 자연의 푸름을 언제나 만끽할 수 있도록 내부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거실이 부러움을 자아내게 한다. 서쪽과 남쪽을 바라볼 수 있게 위치한 거실은 이 집 사람들의 주생활 공간이다. 오히려 침실을 북쪽에 배치, 잠만 자는 공간으로 했다. "거실에 있으면 세상의 시름을 잊어버립니다. 특히 황혼의 풍광은 불타는 로마를 연상하듯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이지요."

사계절 따라 전망이 색다르면 금상첨화이다. 전씨의 집은 365일 파노라마가 있는 곳이다. 봄엔 복사꽃이, 여름엔 푸르른 신록과 장맛비, 가을엔 황금빛으로 물드는 가을 들판이, 겨울엔 설국이 뽐내는 곳. 전씨는 "일 때문에 대구에 나가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내부 구조는 여느 전원주택과 다를 바가 없다. 2층에도 큰 방 하나만 있을 뿐 그다지 색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결국 집주인의 센스를 붙박이장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붙박이장의 문을 한식으로 지어놔 집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모습이다.

복사꽃에 둘러싸인 과수원 집, 석양이 멋있는 집 등 전순자씨의 집은 농촌의 넉넉함과 풍요로움으로 눈이 즐거운 집이었다.

◇정용의 500자평

도시민들은 도심을 떠나 전원에 살아 보겠다고 생각하면서 크게 두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하나는 어떤 종류의 집, 이를테면 황토집, 스틸, 통나무, 목조 중 어는 것을 선택해야 되느냐하는 어려움이고 또 하나는 어떤 지역에 집터를 잡을 것인가이다.

호수 옆, 산골마을, 해변가, 강변마을 이런 곳의 선택도 선택이지만 대도시주변, 읍면소재지, 읍면소재지 주변마을,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 중 어디를 택할 것인 가다. 제 각각의 선호도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소읍·면소재지 주변(소재지에서 1㎞ 內)에 주택을 짓는 것도 좋을듯하다.

전원주택이란 의미가 '도시민, 도시적 근로종사자가 사는 도시구역 외에 있는 집'이라고 본다면 전원을 만끽하고 살면서도 주변에 근린생활시설(식당, 슈퍼, 약국, 병·의원 등) 관공서 등이 있다는 것은 도시민들이 전원생활에 적응하기 쉽다는 이점 또한 있다.

전순자씨는 여러 곳을 둘러보다 전원생활에 적응하기 쉬운 곳을 선택해서 자인면 소재지가 바라보이는 복사꽃 마을 언덕위에 자리를 잡았다.

농촌의 풍요로움이 울도 없는 과수원 등에서 소쿠리채 넘나든다. "눈만 뜨면 자연의 푸름과 싱그러움에 묻혀 살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출근하면 못 보는 풍경 때문에 퇴근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어릴 때 반야월 능금과수원에 살던 추억을 안고 살구, 복숭아, 대추 등의 농원 속에서 풍요롭게 살고 있는 전순자씨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넘쳐나고 있다.

*아름다운 집에서 향기롭게 사는 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락하실 번호는 053)251-1583입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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