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동에서-그래도 '대구FC'를 사랑해야 한다

입력 2005-04-21 08:46:52

지난 10일 오후 3시 프로축구 대구FC-전북 현대의 경기가 열린 대구월드컵경기장. 이례적으로 10여 명의 사진·방송 카메라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대구FC는 창단 후 처음으로 1위에 올라 있어 충분히 언론의 관심을 끌 만했다.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오후 2시 예정된 프로야구 삼성-현대의 대구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기자들이 '땜질'용으로 축구장을 찾은 것이다.

시민구단 대구FC의 주인인 대구시민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이날 공식 집계된 관중 수는 5천326명.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오른 팀의 관중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축구단을 만든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의 얼굴은 물론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2003년 창단 때부터 줄곧 대구FC를 취재하면서 푸대접받아 마땅한 구단이란 생각을 지운 적이 없다. 지역의 미약한 축구 열기를 감안하면 대구FC는 탄생해서는 안 되는 구단이었다.

카리스마가 강해 박종환 감독과 언론인 출신의 이대섭 단장은 구단 운영 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 신화의 주인공 박 감독은 지나친 명예욕으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고 축구 문외한인 이 단장은 박 감독과 지역 축구 관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구단 사무국 직원들도 축구와는 거리가 먼 시와 상공회의소, 단장, 감독 등이 추천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40여 명의 선수단에도 대구 출신은 거의 배제돼 있다. 지역 고교를 나온 선수 3명은 후보로 그라운드에 잠깐씩 나올 뿐이다. 스타플레이어가 된 청구고 출신의 박주영과 김동현은 대구FC 입단을 외면했다.

그러나 밉더라도 대구FC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대구FC는 '대구'라는 이름으로 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친 것처럼 시민들이 '대~구FC'를 합창하며 화합을 다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란 희망이 대구FC의 존재 이유다.

대구FC는 매년 80억~100억 원을 까먹고 있지만 구단의 수익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구단 운영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시 예산으로 보전하지 않으면 대구FC는 파산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대구시와 의회, 지역 언론은 의도적으로라도 시민들이 대구FC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A매치(국가대표팀 간의 경기)에서처럼 시민들이 대구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워 대구FC를 응원하는 방안을 찾고 지원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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