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콩나물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모른다니까." 강원도 춘천시 동면 만천리에 위치한 '쥐눈이콩나물 공장'은 여느 콩나물공장과다른 점이 있다.
콩을 불리고 침수기에 담아 물을 주는 전과정을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한다는 점과 직원 모두가 평균 연령 70세의 노년층이라는 점이다. 쥐눈이콩나물 공장은 춘천시립노인복지회관 산하 춘천시니어클럽이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 2003년 12월 문을 열었다.
현재 15명의 직원들이 격일로 출근해 콩나물 기르는 일부터 밀봉해 춘천 인근 3 0여개 점포와 어린이집 등에 납품하는 일까지 도맡아하고 있다. 또래끼리 모인 탓에 공장 분위기는 일하는 내내 화기애애하다.
이순애(67.여.춘천시 효자동)씨는 "집에만 있으면 뭐해. 여기 와서 즐겁게 일하면서 돈도 벌고 친구들도 만나고 하니 좋지"하며 콩나물 다듬는 손을 바삐 놀린다. 격일 오전 근무에 월 15만~20만원의 많지 않은 월급이지만 일이 고되지 않아 즐기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공장에서 일하길 원하는 지원자도 꽤 많다.
직원들 중 '반장'이라는 어연(70.춘천시 석사동)씨는 "노인들이 먹으면 치매 예방되고 애들이 먹으면 성장.발육에도 좋고 생으로 무쳐먹어도 맛이 그만"이라며 쥐눈이콩나물 자랑에 침이 마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임상주(67.여.춘천시 후평동)씨가 "반장님이 콩나물을 많이드셔서 저 나이에도 콩자루를 번쩍번쩍 들어올리신다"며 한바탕 웃는다. 공장에서 일하는 할머니,할아버지들과 시니어클럽 담당자들이 한가지 아쉬워하는 점은 콩나물 소비가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쥐눈이콩의 효능이 알려지고 웰빙열풍까지 타며 한봉지 1천500원의 비교적 비싼가격에도 노인들이 일일이 손으로 선별한 쥐눈이콩나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있긴 하지만 자주 먹는 음식은 아니다보니 소비에 한계가 있다.
대량소비하는 음식점에선 값이 4분의 1 수준인 중국산 콩나물을 쓰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학교 급식소에 납품한다고 해도 요즘 아이들이 콩나물을 잘 먹지않아양이 많지 않다고 한다.
시니어클럽의 현윤재 과장은 "우리 콩나물이 일반 콩나물보다 줄기가 가늘고 뿌리가 검어 소비자들이 상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고 100% 자연산이다보니 유통기한이 짧아 반품률이 높다"며 "소비량이 많지 않아 직원분들도 종일 근무에서 오전근무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시니어클럽은 앞으로 길면 2년여 후까지 쥐눈이콩나물 공장의 운영을 거들다가공장이 자리잡은 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체제로 바꿀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