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마이 라이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경제력 있는 어르신들이 늘어나면서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실버주택, 실버타운 등과 같은 유료 노인복지시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어르신들 입주 수요도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일부 실버타운에는 몇 달을 '대기'해야 입주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말 호텔식 실버타운인 서울 중구 시니어즈타워에 입주한 김기억(67'가명)씨. 공직 은퇴 후 매달 250만 원의 연금을 받는 김씨는 이미 자녀들이 분가(分家)해 전에 살던 40평형대 아파트가 부담스러웠다. 부인과 함께 오붓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싶었던 김씨는 보증금 2억1천만 원에 월 생활비 70여만 원을 내는 조건으로 입주를 결심했다. 김씨는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되고 또래 노인들과 어울리고 싶어 입주를 결정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실버타운 24시
김씨의 하루 일과는 타워 14층에 자리 잡은 수영장에서 시작된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수중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평소 관절이 좋지 않았던 김씨는 타워에서 제시한 운동처방 프로그램에 따라 무리한 운동보다는 자신에게 적합한 운동방식을 찾아낸 것. 부부가 함께 가입한 댄스스포츠 동아리에서 또래 어르신들과 함께 문화생활도 즐긴다.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있다 보니 골프여행이나 봉사활동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데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꼭 참석한다. 평소 독서를 좋아했던 김씨는 틈만 나면 도서실에 가 책을 읽는 것으로 소일하기도 한다.
실버타운에서는 청소, 식사, 세탁 등 '케어서비스'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를 통한 재산관리, 세무관련 상담은 물론 개인문서처리까지 대행해준다. 매달 음악회나 공연 등 이벤트가 열리고 병원비도 할인받을 수 있어 노후건강관리가 편리하다.
무엇보다 김씨가 실버타운에 들어온 것을 크게 만족해하는 이유는 바로 두 달 전 일어난 사고 때문이다. 평소 고혈압 증세가 있었는데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의식을 잃은 것. 때마침 부인이 발견하고 방마다 설치된 '위급호출 시스템'을 이용해 응급조치를 해 큰 화를 면했던 것이다.
◇지역민도 원한다.
지역 어르신들도 노후생활을 보내고 싶은 거주지로 실버타운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운경재단이 대구지역 50세 이상 노년층 77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버타운에 관한 의식도 조사' 결과, 응답인원의 36.8%인 286명이 '실버타운'을 노후 거주지로 선택했다. 특히 여성의 42.3%가 실버타운에 입주하고 싶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식사준비, 청소 등 가사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버타운의 위치는 '도심전원형'을 선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버타운의 입지조건에 대해 교통 편리(28.6%), 의료시설 근접(20.1%), 자연환경(18.4%), 편의시설 근접(18.2%), 자녀와 가까운 곳(14.7%) 순으로 응답했다.
실버타운에 입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서비스는 건강의료(20.8%), 쾌적한 주거환경(20.6%), 식사(16.8%), 문화레저(10.3%) 순이었다. 또 실버타운 운영주체가 중요하냐는 질문에 54%가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임진 이사는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서구화하면서 과거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해 노인 단독가구가 크게 늘어났다"면서 "혼자 몸을 관리하기 힘든 노인에 대한 보호장치로서 유료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없나?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틈새시장으로 건설업체마다 실버타운을 짓겠다며 계약자 모집에 나섰다. 최근 수도권에서만 4개 업체가 건설 중이고 부산에서도 1개 업체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분포한 노인 유료시설은 56곳이다.
문제는 아직 실버타운의 시장이 불확실하다는 것. 유교문화에 익숙한 어르신들은 여전히 자식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고 입주비용과 생활비도 만만치 않아 일정 정도 재력을 갖추지 않으면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노년층을 겨냥해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실버타운의 '실버'만 따 일반 아파트와 별반 차이가 없는 '짝퉁실버타운'도 등장했다.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버타운에 노인들이 기대하는 건 자식의 봉양을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 충분한 준비나 노인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불황을 벗어나려고 실버타운 건설에 뛰어드는 건설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개발이익만 노린 채 노인복지와는 거리가 먼 사업자들이 적잖다"라며 "건강'생활'문화 서비스 등의 프로그램이 부실한 실버타운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교기자 ilmare@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