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애써 가꾼 가로수 마구 뽑아도 되나

입력 2005-04-19 11:52:45

최근 며칠간 시내 만경관에서 국채보상공원 사이를 오가게 되었는데 심은 지 20년은 족히 넘었을 가로수 수십 그루를 뿌리째 제거하는 작업을 보게 되었다.처음에는 그냥 가지치기 작업만 하는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난 후 보니까 아예 밑동까지 잘라 뿌리째 뽑아 없애버린 것이었다.

가로수가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도 아니고 도로통행에 방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애써 가꾼 가로수를 그렇게 없애버리는 이유에 대해 금방 수긍이 가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기존에 있던 큰 가로수와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로수와의 간격이 좁아 생육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혹은 매년 가로수의 가지가 길게 자라서 교통표지판을 가리거나 고압전선 사이로 가지가 뻗어서 사고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제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보지만 그래도 애써 기른 나무를 그렇게 뽑아버릴 수 있을까.

그동안 대구시는 여름철 높은 기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대기오염을 정화하기 위해 꾸준히 나무심기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특히 시내 중심가는 꽉 들어선 빌딩들과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들로 여름에는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는 것을 대구시민이면 누구나 느끼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시민들에게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과 가을에는 낙엽이 구르는 도시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큰 가로수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번 가로수 제거작업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큰 가로수 모두가 뽑힌 것은 아니었고 중간중간 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가로수도 있긴 하다. 얼마 전 뉴질랜드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시내에는 우리나라에선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시골 마을입구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크고 오래된 나무 수십 그루가 가로수로 빽빽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도시미화를 위해서였는지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가로수를 담당하는 실무부서에서 어련히 알아서 했으랴마는 무조건 없애버리는 것이 최선은 아니지 않을까.대구에서는 수십, 수백 년 된 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는 것인지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쉽게 느껴졌다.

이승용(대구시 만촌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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